"적포도주가 튀었는지 피가 튀었는지 ..." 급강하한 비행기 내부

입력 2024.03.13 09:19수정 2024.03.13 17:04
"적포도주가 튀었는지 피가 튀었는지 ..." 급강하한 비행기 내부
사고 직후 다친 승객과 엉망이 된 기내 모습. /사진=엑스(X·옛 트위터),조선일보

[파이낸셜뉴스]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향하던 보잉 787기가 비행 중 기술적 문제로 급강하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50여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칠레 항공사인 라탐 항공 LA800편(보잉 787)이 호주 시드니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하던 중 급강하했다. 이 비행기에는 승객 263명과 승무원 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사고로 최소 5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응급치료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1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는 도착 시각을 1시간 앞둔 시점에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됐으며, 해당 영상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들은 날아올라 천장에 부딪히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기내 천장 패널 일부가 깨지기도 했다.

현지 언론인 뉴질랜드헤럴드가 입수한 영상에는 비행기 급강하 이후 여러 명의 괴로워하는 승객들이 머리를 잡고 있는 모습도 담겨 있다.

당시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뉴질랜드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몇 초 동안 급격하게 급강하했고 약 30명 정도가 천장에 세게 부딪혔다"며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비행기에 적포도주가 튀었는지, 피가 튀었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비행이 끝날 때까지 우리 중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면서 "저는 모두를 침착하게 하려고 노력했고, 기장으로부터 어떤 발표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승객 발렌티나는 CNN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멈춘 것처럼 느껴졌으며 사람들이 날아다녔다"며 "사람들이 날아가서 비행기 천장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그는 경미한 부상으로 착륙 직후 의료진의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비행기는 예정대로 11일(현지시간) 오후 4시26분께 오클랜드에 착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탐항공 측은 "비행 중 발생한 기술적 문제로 인해 '강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라탐항공 대변인은 "이번 상황으로 인해 승객들에게 불편함과 불쾌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유감을 표한다"며 "운영 표준을 준수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한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 비행기는 8년된 보잉 787-9 드림라이너로 알려졌다.

보잉사는 "우리는 고객과 연락 중이며, 요청에 따라 조사 관련 활동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보잉이 만든 항공기와 관련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5일에는 알래스카항공 1282편(보잉737맥스)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해 상공을 비행하던 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분리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보잉747-8 화물기에서는 이륙 직후 엔진에 불이 났다. 지난달에는 보잉757-200 여객기의 날개가 비행 중 일부 손상되면서 비상착륙을 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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