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 환자, 스위스 가더니... "나 이제 갈게" 조력사 논란

입력 2024.03.11 08:36수정 2024.03.11 18:32
말기암 환자의 '조력사망' 방송에서 조명
"인간답게 마무리 할 수 있는 권리" 주장
사회적 약자들의 '현대판 고려장' 우려 커
폐암 말기 환자, 스위스 가더니... "나 이제 갈게" 조력사 논란

[파이낸셜뉴스] "나 이제 갈게."

최근 방송된 MBC 'PD' 수첩에서는 인간다운 죽음을 찾아 스위스로 떠난 사람들의 사연을 전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의학적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하는 것을 '조력사망'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한국인은 최소 12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굉장한 고통, 인간답게 죽고 싶다는 자기 결정 존중해달라"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오던 폐암 말기 환자 허 모 씨도 3년 전 스위스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족은 "굉장히 많이 아프셨다"며 "식도가 협착돼 음식을 못 드셨다. 점점 몸무게는 빠지고, 시트가 푹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려 잠을 이룰 수가 없으니, '도저히 이 치료를 이어갈 수 없겠다' (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이어 "조력사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나중에 혹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인간답게 죽고 싶고, 내가 결정을 하고 싶다'..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했는데.."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허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2021년 8월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생의 마지막 여행에 가족과 지인 8명을 초대했다.

아내와 이혼하며 헤어졌던 아들도 10여 년 만에 재회했다.

유족이 조력사를 계속해서 말렸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지켜보는 상황에서 갔으면 좋겠다"는 게 허 씨 입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가족들이 슬퍼하지 않길 바랐다.

유족은 "아빠는 '삶을 포기한 게 아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았고 연명치료나 항암치료를 받는 게 무의미한 일인 것 같다' 고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허 씨 일행은 조력사 단체에서 보내준 차량을 이용, 시 외각에 있는 장소로 향했다.

치료 가능한 환자도 죽음 내몰릴 수도.. 종교계도 강력 반발

가족들은 허 씨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허 씨는 "나 이제 갈게"라는 말을 끝으로 스스로 약물을 주입하는 밸브를 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잠자듯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단순히 헤어짐만 생각한다면 견디기 힘든 순간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내가 온전히 결정을 하고 편안하게 갈 수 있다면 그게 정말 행복한 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해당 방송을 접한 누리꾼들은 "한국도 존엄사 도입해야 한다", "스위스 같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나라", "우리나라도 도입되면 굳 아픈 몸을 이끌고 스위스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조력존엄사가 합법화되면 치료 불가능한 환자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현대판 고려장’에 내몰리게 되는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다. 실제 캐나다에서 살 집이 없어 조력존엄사를 선택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종교계에서도 '생명존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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