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 몰골' 10세 소년, 결국 사망..전쟁 참상 알렸다

입력 2024.03.11 07:00수정 2024.03.11 16:26
'해골 몰골' 10세 소년, 결국 사망..전쟁 참상 알렸다
영양실조로 사망한 가자지구 10살 소년 야잔 카파르네 / 엑스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뼈만 앙상하게 남아 해골 같은 모습으로 가자지구의 비참한 상황을 대변한 팔레스타인의 열 살짜리 소년이 결국 숨졌다.

고립된 가자지구.. 비참하게 마른 열살 소년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팔레스타인의 열 살짜리 뇌성마비 소년 야잔 카파르네가 지난 4일 숨졌다고 보도했다. 의료진은 사망 원인이 영양실조와 호흡기 감염증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야잔의 사진이 확산하며 가자지구의 열악한 식량 상황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사진 속 야잔의 얼굴은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얼굴 뼈가 움푹 들어간 곳마다 피부는 처져 있는 모습이다. 눈은 푹 꺼졌고 턱은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다. 정맥 주사가 꽂혀 있는 손 위로 보이는 손목은 나뭇가지처럼 앙상하다.

야잔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었다. 가족들에 따르면, 전쟁 전에는 비영리단체가 파견한 물리치료사의 자택 치료와 약물 덕분에 걷지는 못했지만 수영은 할 수 있게 될 정도까지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었다. 야잔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아침 식사로 계란과 바나나를 준비하는 등 영양가가 높은 식단을 짰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가족 전체가 피란길에 오르면서 제대로 된 영양식을 섭취할 수 없었고 치료도 받지 못했다. 천신만고 끝에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한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곳에서도 영양분은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고, 끝내 숨을 거뒀다.

구호단체인 기아대책행동의 헤더 스토보 박사는 NYT에 "어린이가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결국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영양실조가 아니었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구호단체 "영양실조로 인한 죽음의 행렬 이제 시작"

구호 단체들은 가자지구에서 영양실조로 인한 주민들의 죽음의 행렬이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경고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가자지구 보건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어린이와 노인 등 20명이 굶주림과 탈수를 겪으며 사망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가자지구 북부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진입하려고 하다가 실패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OCHA에 따르면 지난 5일 구호품을 실은 채 가자지구 북부로 향하던 세계식량계획(WFP)의 트럭 14대가 가자지구 남·북부를 가르는 와디가자 검문소에서 가로막혀 진입하지 못했고, 지난달 18~19일에도 두 차례에 걸쳐 가자지구 북부로 구호품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사회는 육로를 통한 구호품 전달이 어려워지자 구호품을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작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공중투하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충분한 물량을 전달하기에 어렵고 낙하산이 잘못 떨어질 경우 지상에 있는 사람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유엔은 육로 운송을 정상화해야 대규모 구호품 이송이 가능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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