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가는 날 쓰러진 30대 엄마, 5명에 새 삶 줬다

입력 2024.03.08 13:53수정 2024.03.08 15:47
가족여행 가는 날 쓰러진 30대 엄마, 5명에 새 삶 줬다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난 원인애씨./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파이낸셜뉴스] 자녀들과 여행 가기로 한 날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뇌사상태 빠진 아이 엄마.. 가족들 장기기증 결단

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8일 성빈센트병원에서 원인애씨(36)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하며 5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밝혔다.

10년 전 뇌혈관의 내벽이 두꺼워지면서 일정한 부위가 막히는 '모야모야병'으로 수술을 받은 원씨는 회복해 지내던 중 지난달 16일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원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원씨가 쓰러진 날은 자녀들과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원씨는 집안일을 하고, 원씨의 남편은 자녀들을 데리고 키즈카페에 갔다. 아이들과 함께 외출한 뒤 집으로 돌아온 원씨의 남편은 집에 쓰러져 있던 원씨를 발견됐다.

원씨의 가족들은 의료진으로부터 회생 가능성이 작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원씨가 누워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증에 동의했다.

남편 "애들 잘 키울게, 하늘에서 지켜봐 줘" 마지막 인사

경북 구미에서 2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원씨는 내향적이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평소 요가와 필라테스를 즐기며 건강을 챙겼고, 드라이브와 꽃구경을 즐겨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씨의 남편은 떠난 아내에게 "함께해 줘서 고맙고, 우리 애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며 "애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울 테니 하늘에서 잘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아이를 사랑했던 평범한 어머니의 특별한 생명 나눔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아픔으로 평범한 생활을 못 한 이식 대기자에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해드리고 가족분들에게도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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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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