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도로서 30대 숨진 채 발견, 알고 보니 정체가...

입력 2024.03.06 14:55수정 2024.03.06 15:49
항의성 민원 시달리던 공무원 숨진 채 발견
실명 공개한 온라인 카페 사과문 게재
인천 서구 도로서 30대 숨진 채 발견, 알고 보니 정체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까지 공개된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해당 카페 운영진이 사과문을 게재했다.

6일 해당 카페 운영진은 "주무관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됐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손이 떨리고 마음이 아파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주무관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저희 카페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라며 "저희 운영진에서는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신상털이와 마녀사냥식의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러한 게시물이나 댓글에 관해서도 운영진이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 회원 여러분들께서도 주의를 부탁드린다"라고 남겼다.

운영진은 끝으로 "운영진 모두 주무관님께 죄송한 마음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 삼가 고민의 명복을 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6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40분께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김포시 9급 공무원인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경찰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라는 유족 측 실종 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하다가 A씨 위치를 파악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오후 9시40분께 한 온라인 카페에 김포한강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A씨를 비난하는 글은 없었다.

그러나 한 누리꾼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하자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정신 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참 정신 나간 공무원이네' 등 A씨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인천 서구 도로서 30대 숨진 채 발견, 알고 보니 정체가...
숨진 공무원 관련 비난 댓글 / SNS 갈무리

김포시는 A씨가 최근 이같은 악성 민원 등으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진상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A씨는 최근 보수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이 들어오고 온라인 카페에서 본인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이 이어지자 힘들어했다"라며 "시 차원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유족 조사 과정에서 민원인들의 항의와 A씨 사망 간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단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