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YTN라디오 '조인섭의 상담소'에는 딸 A씨의 이 같은 사연이 올라왔다. A씨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유학비와 생활비를 부양료로 청구할 수 있냐고 물었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 B씨는 어느 날 A씨에게 "미국으로 유학 갈 생각이 없냐"라고 물었고, A씨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도 만족하지만 도와주실 수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오겠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B씨는 직접 유학 상담까지 다녀오며 A씨와 어떤 학교가 좋을지 의논하는 등 딸 유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내 C씨에게도 "지금까지 딸 키우느라 고생했다. 미국 가서 환기 시키고 와라"라며 A씨와 함께 미국에 갈 것을 권했다.
이후 A씨는 미국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게 됐고 C씨와 함께 미국살이를 시작했다.
그러다 2년 여가 흐른 어느 날, C씨는 A씨에게 "아빠가 바람을 피웠다"라고 말했다. A씨와 C씨가 미국으로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B씨가 집에 다른 여자를 데려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B씨가 여자를 데리고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C씨의 친구가 여러 번 목격하면서 들통났다.
A씨는 "엄마와 아빠는 이 문제로 크게 싸웠고 결국 협의 이혼까지 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B씨가 바람 피운 걸 들켰던 그날부터 매달 보내던 유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끊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A씨 할머니와 할아버지로부터 도움을 받아 간신히 유학비용을 충당하고 있지만, 힘겨운 상황이다.
A씨는 "아빠에게 유학비와 생활비를 부양료로 청구하려 하는데 가능하겠냐"라고 물었다.
이에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이채원 변호사는 "부모가 성년의 자녀에 대해 부담하는 부양의무는 민법 제974조에 규정되어 있다. 이때 부양의무자인 부모가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고, 부양 받을 자녀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때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를 제 2차 부양의무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2차 부양의무는 성년인 자녀가 객관적으로 보아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해 충당할 수 없는 곤궁한 상태인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데, 우리 법원은 자녀의 생활 정도와 부모의 자력 역시 함께 참작해 통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비용의 범위로 한정해 인정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국 유학비용을 통상적인 생활필요비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젊은 사연자의 나이나 학력, 건강상태 등에 비추어보면 아버지의 부양 없이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유학비용을 부양료로 지급할 의무가 인정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며 "우리 대법원은 제2차 부양의무를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또 A씨가 상간녀에게 위자료 소송을 거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 판례는 간통행위를 한 상간자가 해의를 가지고 자녀에 대한 양육이나 보호 내지 교양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녀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해서 자녀가 상간녀에게 상간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만약 사연자의 아버지가 만나고 있는 상간녀가 일부러 유학비를 보내지 못하도록 매우 적극적으로 사주했다는 등의 사정을 입증한다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