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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뉴스1) 김동수 기자 = "도시에서 느낄수 없는 포근하고 따뜻한 정을 많이 느껴요. '귀촌'은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진답니다."
전남 구례군 구례읍 한 작은마을. 다닥다닥 붙어있는 시골 주택가,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대문과 담벼락 그리고 마당. 길목을 따라 주변을 걷다보면 시골마을이 주는 포근함과 편안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서울을 탈출(?)하고 싶었다는 부부는 우연히 이 마을 길목을 지나다 덜컥 집을 사들였고 본격적인 시골살이가 시작됐다.
귀촌 이유는 간단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였다.
귀촌 부부는 남해와 구례 등 남중권역에서 생활하며 형성된 '동네친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현재의 삶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주인공은 양영규(48·남)·장경미(44·여) 씨다. 이들 부부는 동네친구들에게 '양이·장이'로 불린다. 서로의 애칭이자 별명이다. 첫 글자는 부(父), 두번째 글자는 모(母)로 양가 부모의 성씨를 따서 지었다.
◇"서울을 탈출하자"…남해→하동→구례 정착기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함께 직장생활을 하던 이들 부부는 3~4년 전쯤 귀촌을 꿈꿨다.
팍팍한 서울생활에 지치기도 했고, 일종의 위로와 안정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부부는 15년을 함께 다녔던 마케팅 관련 회사를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경남 남해로 향했다.
회사 휴가 중 자주 놀러갔던 지역이고, 산과 바다가 어울러진 풍경이 근사하고 아름다웠다. 인근 도시이자 차 주산지인 하동에서도 터를 잡고 생활하며 남해와는 또다른 매력을 느꼈다.
남해와 하동에서 '한 달 살아보기' 체험도 여러 번 했던터라 귀촌생활에는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나 부부가 평소 머릿속에 구상했던 '집터'와 원하던 공간을 찾기란 쉽진 않았다. 경남 하동에서 잠시 머물던 중 장을 보기 위해 구례읍내를 찾았다.
부부는 인근을 산책하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아기자기한 길목 앞에 섰다. 양옆으로 들어선 주택들 가운데 유독 한 곳이 눈에 띄었다.
대문 틈 사이로 바라본 집은 낡았지만 미래를 그려내기에 충분했다. 부부는 눈앞에 나타난 이 집을 꼭 사야될 것만 같은 '운명'적인 순간으로 회상했다. 그리고 덜컥 집을 구매했다. 귀촌생활 시작이었다.
◇설계·디자인에 6개월 준비…집짓기부터 도전
"서울에서는 하고 싶은 걸 하기보다는 해야 되는 일을 해왔었거든요", "저희가 떠나면서 '대안적인 삶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였어요"
구례에서 시작된 귀촌생활의 첫 과제는 집짓기였다. 6개월간 준비한 설계와 디자인 덕분에 그나마 수고를 덜었다. 기획서만 2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머리를 싸맸다.
기획서를 들고 다니면서 집을 구현해줄 고마운 목수님도 만났다. 집짓기는 한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었으나 새로운 도전이어서 신선했다.
완공까지 1년 조금 넘게 걸렸지만 설계도면대로 완성된 민박집과 찻집은 만족스러웠다. 민박집 '소식다료'는 지난해 말쯤 문을 열고 양이가 대부분을 전담해 운영하고 있다.
'양이'는 디자이너이자 판화가다. 예술적인 감각이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집 설계와 디자인도 전문가 못지않게 그려진 듯싶다. 양이는 주로 청소를 하고 시간이 나면 판화를 한다.
'장이'는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차(茶)의 매력에 푹 빠졌다. 10년이 넘게 차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해 이제는 '차 전문가'다. 차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팍팍한 서울생활에서 오는 '힘듦'을 이겨내기 위함이었다. 장이는 찻집 주인이다. 찻집 양장점은 '호지차' 등 다양한 차를 판매한다.
이들 부부는 취미로 시작한 일들이 현재 직업과 일상이 돼 매우 만족스러운 삶을 보내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귀촌생활로 얻은 '인연'…"소중한 동네친구들"
"귀촌 커뮤니티라는 거창한 말보다 소박하게 '동네친구들'이라고 해주세요."
이들 부부는 앞서 남해와 하동 등에서 '한 달 살아보기' 체험을 했던 경험으로 다양한 동네친구들이 있다. 그 지역에 잠시 머물면서 요가 등 취미를 공유하고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구례에 정착하면서도 다양한 동네 친구들을 사귀었다. 현지인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귀촌인들이다. 대다수 동네친구는 민박, 카페, 찻집, 빵집 등을 운영하며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간을 정해놓고 만나진 않는다. 즉흥적으로 보고싶을 때 '밥먹자', '커피 마시자', '술 한잔하자'며 불러낸다. 귀촌이라는 비슷한 환경과 가치관 때문에 가능하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위로'이자 '공감'이다.
이 지역 '핫플'는 단연 '목공소'다. 카페나 빵집 등 영업장 특성상 꾸미거나 인테리어를 해야 할 일이 많아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모여든다.
부부는 일본어, 기타, 요가 등 일상 속 취미를 공유하며 서로 배우고 가르쳐주는, 오순도순 모여앉아 수다 떠는 시간 등을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이라 여긴다. '한번 맺은 인연'을 지속적으로 가꿔나가고 싶은 마음에서다.
양이·장이 부부는 "귀촌은 고민하고 찾아보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꽤 있고 다양한 활동으로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진다"며 "도시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안 됐던 일들이 귀촌생활에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