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김고은(32)이 제대로 '돈값'을 했다. 무당 화림으로 완벽하게 분한 김고은은 열연을 펼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개봉 7일 차에 누적 관객 300만 명 돌파라는 기록에 큰 힘을 보태고 있는 김고은은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에 임한 소감을 전했다.
김고은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로,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만든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김고은은 극 중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장재현 감독을 향한 팬심으로 '파묘'에 참여했다는 김고은은 "전작 '검은사제들' '사바하'도 다 극장에서 봤다, 물론 '사바하'는 시사회에서 공짜로 봤고 '검은사제들'은 제 돈 주고 봤다"라며 "한국에서 오컬트라는 장르 영화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 개척을 한 지점에 있어서 존경심이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 작품 안에 내가 담기면 어떤 모습일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최민식 선배님은 시사회 오가며 인사를 해주실 때 따뜻한 느낌을 주셔서, 언젠간 선배님과 합을 맞추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선배님이 캐스팅됐다고 들으니까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밝혔다.
작품 속 화림이 '대살굿'을 하는 짧지 않은 분량의 신이 '파묘'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사실 전 그 장면이 가장 두렵고 스트레스가 컸다. 여러 번 굿을 보러 갔는데, 굿을 시작하기 전에 무속인 선생님들이 경문을 30~40분 동안 서서 외는데, 그게 정말 멋있고 하나의 공연을 보는 느낌이더라. 그래서 저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생각도 들었고, 이 신에서 어색하면 다른 걸 아무리 잘해도 말짱 도루묵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간에 내공이 섞인 듯한 목소리 톤, 음을 타는 모습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다행히 징을 치면서 하는 건 대학교 때 풍물을 해서 금방 터득했는데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경문을 연습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사실 선생님이 매번 다른 음으로 하셔서 어느 순간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걸 다 녹음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음을 타는 게 맞을지 생각하면서 아예 그 음 자체를 통으로 외웠다. 노래처럼. 그렇게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소화했다."
화림의 섬세함을 살린 부분도 호평을 얻었다. 김고은은 작품을 위해 더욱 디테일에 '집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큰 퍼포먼스(대살굿) 자체가 화려하기 때문에 표현할 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그만큼 많은 부분들이 가려지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디테일에 집착했다, 사소한 부분, 몸을 털 거나 목을 움직이는 부분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굿을 볼 때 집중해서 봤는데, 퍼포먼스 하기 전, 다음 행동을 준비할 때, 이럴 때 선생님들이 자기도 모르게 몸을 터는 느낌이 있고, 휘파람을 불더라"며 "그래서 그냥 휘파람을 불기보다는 또 무속인 자신만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선생님께 전화해서 이 동작을 해도 괜찮은지, 터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많이 물어봤다. 또 '반존대'를 하는 부분도 화림이 보통 만나는 사람들이 나이가 많은 분들일 텐데 뭔가 꼬박꼬박 존대할 것 같지 않아서 일부러 섞어서 썼다"고 설명했다.
김고은은 앞서 유튜브 요정재형 채널에 출연해 작품의 흥행과 관련, "배우로서 받는 페이에 대한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이라 생각한다"며 "농담으로 '돈값 해야지' 말하는데, 진심이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에 ''파묘'에서는 '돈값'을 한 것 같냐'는 질문에 웃으며 "사실 유쾌한 유머 중의 하나였고, 현장에서 '오늘도 열심히 해야지'를 표현한 나만의 이야기"라며 "물론 그 말 안에는 정말 진심이 있다, 저 스스로한테 하는 이야기이고,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자기 최면처럼 외우게 하는 말이다, 대신 일침을 가하겠다는 그런 건 아니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파묘'로 인상 깊은 캐릭터를 완성한 김고은은 향후 작품 계획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역할은 무엇이든 다 좋다, 사실 어떤 역할을 맡을 때 그 시기에 제게 주어진 작품 중에서 할 수밖에 없다"라며 "어느 한 시기엔 '파묘' 같은 작품이 오지 않는 시기가 있고, 그래서 '파묘'가 왔을 때 굉장히 반가웠다, 또 어떤 한 시기엔 내면에 갖고 있는 걸 끄집어내고 싶더라도 오지 않을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 작품이라는 걸 만나는 게, 인연을 만나는 것처럼 내가 원한다고 되거나, 원치 않는다고 안 되거나 그런 게 없어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서 어떤 건 하고 싶고, 어떤 건 하기 싫다는 마음은 없다, 그러면 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냥 어떤 것도 다 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깔고 작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