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년 김범수 "가야 할 길 더 남아…'김나박이' 짐 내려놨다" ②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가수 김범수(45)가 진정한 '여행'을 떠난다. 그는 가장 김범수다운 음악을 이번 정규 앨범에 고스란히 담아내 그간의 음악적 행보를 노래로 표현한다.

22일 오후 6시 발매되는 정규 9집 '여행'은 지난 2014년 발매된 정규 8집 '힘'(HIM)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최유리, 선우정아, 김제형, 이상순, 임헌일 등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에 힘을 보태 완성도를 높였다.

동명의 타이틀곡 '여행'은 아티스트 김범수로 걸어온 길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함축적으로 녹여낸 곡이다. 어제가 후회되고, 내일이 두렵지만 용기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최유리가 작사 및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해 최유리 특유의 가사를 김범수가 표현했다.

정규 앨범을 준비하며 유튜브 등으로 소통해온 김범수는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여행'과 음악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N인터뷰】①에 이어>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보컬리스트로만 활동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정규 8집에서는 직접 프로듀싱을 하고 곡도 꽤 많이 썼다. 지금도 곡을 쓰는 부분에 있어서 전혀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난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내가 모든 것을 다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걸 다 잘하는 뮤지션들도 많지만 그건 그분들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내가 곡을 써보니 노래하는 것만큼 곡을 잘 쓰지 못하더라. 그래도 좋은 곡과 가사를 표현하는 것, 그거 하나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8집 앨범을 내고 나서 '내려놓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물론 곡을 써서 그러면 좋겠지만 무대 위에서 좋은 곡을, 멋진 연주자들과 협업하는 것만으로도 멋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팝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런 생각을 갖게 되기도 했다.

-4대 보컬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 중 하나로 언급되는데 부담감은 없나.

▶우선 '김나박이' 중에서 이 얘기를 할 수 있는 가수가 나밖에 없다. 나머지는 활동을 안 해서 계속 내가 얘기하게 된다. (박)효신이나 (나)얼이도 가수 활동을 해서 언급했으면 한다.(웃음) 사실 너무 감사하지만 부담된다.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사람처럼 되어버렸다. 참 고마운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책임감, 부담감이 생겼고, 이 이름에 짓눌려서 노래를 제대로 못 하겠단 생각도 들더라. 그래서 스스로 짐을 내려놓고, 그저 대중들이 붙여준 별명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편해지더라.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그저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으로서 접근했고, 가창할 때 힘을 빼게 됐다. 그렇게 하면서 이번 앨범을 완성할 수 있었다.

-개인 유튜브에서 '임나박이'(임재범, 나얼, 박효신, 이수) 커버 시리즈를 선보인 이유는 무엇인가.

▶'김나박이'라는 상징적인 단어가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그 커버 시리즈를 통해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근데 사실 그렇게까지 파장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진지한 건 아니고 위트가 담긴 이벤트였다. 그래서 부끄러우니까 내 이름을 빼고, 내가 좋아하는 임재범 선배님 이름을 넣어 '임나박이'로 선보였다. 근데 너무 진지해졌다.(웃음) 오히려 거기에 짓눌려져서 또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이 이름을 내려놓자고 생각하면서 정규 앨범을 준비했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이했다.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선배님들의 25주년을 보면서 '내가 과연 그때까지 활동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25년이 됐다. 선배님들이 25주년을 덤덤하게 생각하길래 '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까' 생각했는데, 내가 딱 그 심정이다. 사실 부끄럽기도 하다. 그냥 하다 보니까 25주년이 된 건데 스스로 기념한다는 것이…, 그리고 내겐 앞으로 가야 할 길도 이보다 더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대단하단 느낌은 들지 않고, 눈 깜박하니 여기에 와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요즘엔 다양한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다. 예전엔 노래만 잘하면 되고, 한 길만 걸으면 대가가 됐다. 그런 부분을 롤모델로 삼았는데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서 다양한 것을 섭렵해야만 인정받지 않나. 사실 그거에 편승하려고 유튜브도 해봤는데 안 맞는 것 같더라. 물론 부수적인 프로젝트를 아예 안 한다는 건 아니지만 주가 되는 건 아닐 것 같다.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꾸준히 노래하는 걸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