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전개에도 지지부진…뒷심 부족 '효심이네'

입력 2024.02.17 08:00수정 2024.02.17 08:00
막장 전개에도 지지부진…뒷심 부족 '효심이네' [N초점]
KBS 2TV '효심이네 각자도생' 포스터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효심이네 각자도생'이 끝을 향해 가는 중이나, 뒷심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2TV 토일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극본 조정선/연출 김형일) 41회는 18.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날 방송된 40회가 기록한 16.2%에 비해 2.1%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4일 방영된 39회가 기록한 22.1%에 비하면 3.8% 포인트 낮다. 설 연휴 기간 시청률 타격을 고려하더라도 눈에 띄게 저조한 성적이다. 최근 수년 사이 KBS 주말극 시청률이 하락세이긴 하나, 종영을 단 10회 남겨두고 극의 클라이맥스를 지나고 있는 지점까지 10%대를 보인 것은 드문 경우다. 그만큼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최근 방송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사촌간인 강태민(고주원 분)과 강태호(하준 분)는 실은 두 사람이 친형제였다는 '출생의 비밀'을 마주했다. 과거 두 사람의 할머니인 명희(정영숙 분)는 큰아들 내외에게 자식이 생기지 않자, 둘째 아들 부부의 첫 자식인 강태민을 첫째 아들 내외의 장남으로 만들어 친형제를 갈라놨다. 이를 계속 감추다 형제가 서로에게 칼날을 겨누게 되자, 명희는 마지못해 진실을 털어놨다.

효심(유이 분)의 집에도 사건이 생겼다. 25년 전 집을 나가 생사도 알지 못하는 남편의 '가짜 제사'를 지내며 한풀이하는 선순(윤미라 분)의 모습을 지켜보던 며느리 미림(남보라 분)마이 시부 이추련을 찾겠다고 나선 것. 직접 형사를 찾아가 시부의 행방을 추적하던 미림은 이추련의 주민등록번호로 전입 신고된 주소지를 알게 되고, 효심이와 함께 그 집을 찾아가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40~41회에서는 극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극 내내 감춰왔던 강태민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났고, 악독한 빌런이자 태산의 큰며느리 장숙향(이휘향 분)은 태산은 물론 남편마저 수렁으로 몰아넣으려는 계략을 세워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K-장녀'로 집안을 책임지며 부담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고통받아 온 효심이는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인 '실종된 친부'를 찾아내며 다시 한번 집안에 풍파가 일어날 전망이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서사가 휘몰아친 것. 하지만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미했다. 드라마틱한 전개로 극이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음에도 시청률은 상승하지 않고, 오히려 떨어졌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인 소재와 가족 구성원만 다를 뿐 매번 반복되는 'KBS 주말극' 특유의 이야기 전개 탓이 크다. 항상 재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건 이제 놀랍지 않다. 여기에 극 전개를 늘어트리는 '출생의 비밀', 처음엔 충격이지만 끝내 축복이 되는 '혼전임신' 등이 매 드라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매번 같은 방식으로 소비된다. '효심이네 각자도생'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서사가 예측 가능하니 이야기의 재미는 당연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어설프게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시도도 오히려 '독'이 된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이미지로 알려지며 수년 사이 '밈'이 된 'K-장녀', 이효심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효심이는 결혼한 첫째 아들을 대신해 홀로 계신 어머니를 보살피고 공부 중인 둘째 오빠까지 지원하며 집안을 건사하는 인물. 초반에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효심이가 본인을 얽매는 가족들에게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길 바란다. 효심이도 이 같은 시도를 하긴 한다. 집을 나와 독립하고, 가족과 자신 사이 선을 그어보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는 온전한 자립을 하기도 전에, 모든 커플이 결혼으로 결말을 맺어야만 하는 'KBS 주말극 세계관'의 법칙에 따라, 연인과 결혼을 약속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

이미 전작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비혼주의자도 결혼시킨 KBS 주말극이기에 놀랍지도 않지만, 효심이의 독립과 성장을 최우선으로 바랐던 시청자들에겐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흐름이다. 그렇다고 드라마에서 진한 '가족애'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남자 주인공 가족들은 서로에게 날을 세우고, 여자 주인공 가족들은 한 사람에게 기대고 많은 것을 바라며 답답함을 유발할뿐이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KBS 측은 '효심이네 각자도생'에 대해 "빈말이 아니라 작심하고 준비했다"라며 "시청자들 기대에 미진했던 전작들의 부진을 씻고 주말극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드라마로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이 무색하게 '효심이네 각자도생' 역시 전작과 비교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색다른 소재로 이전과는 다른 주말극을 만들어낼 것이라 기대했던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행보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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