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죽인 40대의 어이없는 이유 "태국 여성과..."

입력 2024.02.15 05:00수정 2024.02.15 16:43
택시기사 죽인 40대의 어이없는 이유 "태국 여성과..."
지난해 10월23일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태국으로 달아난 40대 남성이 범행 11시간 만에 태국공항에서 붙잡혔다. (충남 아산경찰서 제공)

[파이낸셜뉴스] 태국 여성과 결혼할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택시기사를 목 졸라 숨지게 한 4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14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5)에 대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영업용 택시기사인 A씨는 지난해 10월 23일 태국 여성과 결혼에 필요한 지참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택시기사 B씨(70)를 살해하고 1048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당일 오전 0시 46분께 광주광역시에서 B씨의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던 중 오전 2시 57분께 충남 아산에서 강도로 돌변했다.

소변이 마렵다며 차를 정차시키게 한 A씨는 B씨의 목을 졸랐다. B씨가 택시 밖으로 달아나자,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또 휴대전화와 은행 애플리케이션 잠금 패턴 등을 알아낸 A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B씨 목을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감아 방치한 뒤 B씨의 택시를 몰아 인천공항으로 달아났다.

결국 B씨는 3시간여 동안 도로에 방치돼 있다 숨진 채 발견됐다.

공항에 도착한 A씨는 B씨 계좌에서 1000만원을 이체했다. 이어 비행기 표를 구입하고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태국 사법당국과의 국제 공조로 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범행 11시간 만에 태국 공항에서 붙잡혔다.

검찰, 무기징역 구형…유족은 사형 촉구

앞서 검찰은 앞선 재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유족들은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A씨는 살인할 의도는 없었다며 강도살인죄가 아닌 강도치사죄 적용을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40대의 건장한 남성이 70세의 노인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하고 테이프로 목을 감아 장시간 방치한 것은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행위로, 피고인도 이를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결혼식 비용과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미리 계획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를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뒤 테이프로 감아 방치해 달아나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일순간에 피해자를 잃어 평생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유족들의 참담한 심정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을 오랜 기간 격리해서 재발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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