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전선정 리포터 = "비행기 경유로 인해 에티오피아에서 20~30시간 머물러 있었어야 했던 적이 있다. 호텔에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잠깐 밖에 나가서 택시를 타고 돌아다녔는데 아기를 업은 어머님께서 돈을 좀 달라고 창문을 두드리시더라. 인도나 이집트에서도 어린 친구들이 와서 돈 달라고 먹을 거 달라고 자주 한다. 그런 경험을 하며 저개발국가의 어린 친구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유튜버 신슬아는 아시아권 나라를 주로 여행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난달 22일 뉴시스는 일상·여행 유튜브 채널 '가자스라 Let's go seulah'를 운영 중인 신슬아(23)를 만나 그의 콘텐츠와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슬아는 2018년께 봄, 고등학생의 일상을 다룬 첫 유튜브 영상이 93만 회의 조회수를 얻으며 큰 인기를 얻게 됐다. 고교 졸업 이후에도 수험생활·세계 여행·방황기를 다룬 진솔한 영상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현재 여행을 마치고 오는 3월 고교 졸업 5년 만에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해외 공부·취업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항공관광학과에 입학했다고.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목표에 불과하다. 신슬아는 인터뷰에서 최종적인 꿈이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꿈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신슬아는 태국에 가더라도 방콕이 아닌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소도시의 학교를 둘러본다. 그는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가치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여기 학생들은 어떻게 학교에 다니는지, 교복을 입었는지 꼭 한 번씩 본다. 대학 입학하고 기회가 된다면 해외 교육 봉사도 나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신슬아의 다른 꿈은 방황하고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도움이 되는 것이다. 5년간의 방황할 때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무척이나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과거 방황하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슬아는 "그런 상황들은 누구나 겪는 것이고 무조건 겪게 될 일이다. 불안할 필요 없다. 지난한 과정도 뒤돌아보면 별일 아닐 수 있으니 자신을 믿고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신슬아와의 일문일답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반갑다. 유튜버 '가자스라'로 활동 중인 신슬아다. 나이는 24세다. 취미는 프리다이빙과 서핑이다.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사진 촬영과 영상 편집도 취미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13세 때부터 영상 편집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유튜브에 종종 영상을 올렸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영상 하나가 알고리즘을 타고 많은 조회수를 얻게 됐다. 93만 회였다. 구독자도 하루에 만 명, 2만 명씩 생기면서 시작하게 됐다."
-유튜브 콘텐츠 설명 부탁드린다.
"고등학생 땐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영상을 올렸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졸업을 하면선 점점 힘들어지더라. 학교에서 촬영하던 그 특유의 분위기도 내기 어려웠다. 잠시 중단하고 세계 여행을 다니며 여행 관련 채널로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발했다."
"그때 길을 잃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대학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수능 공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1년간의 수험기간이 끝나고 원하던 대학에도 붙지 못하게 되자 다시 방황하는 길을 걸었다. 코로나19가 서서히 잠잠해지고 여행 유튜브를 다시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여행을 떠났고, 관련 영상을 게재했다."
-원래 세계 여행을 떠나고 싶었나.
"고등학생 때부터 그랬다. 왜 그랬나 생각해 보면 처음엔 공부가 너무 하기 싫다는 마음이었다.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너무 안 되길래 고등학교 선생님들께 '공부를 왜 해야 되냐'고 한 분씩 여쭤봤다. 그런데 어떤 답변도 만족스럽지 않더라. 그저 '그냥 해야지', '대학을 가야지' 이런 식으로만 말씀하시더라. 그때 '우리나라만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다른 나라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청춘유리 여행 작가님께서 쓰신 책을 읽게 됐다. 그 책을 읽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세계 여행을 꿈꿨다. 한국의 틀 안에 있는 내가 아닌 해외에서의 나도 궁금해졌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
-조지아, 튀르키예, 이집트를 첫 세계여행 출발점으로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엔 프랑스와 스위스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누구나 갈 법한 관광지 느낌이 나는 나라는 싫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조지아를 알게 됐다, 내가 원하는 대자연과 저렴한 물가를 보유했고 유럽 느낌까지 있었다. 치안까지 괜찮다고 하니 갈 만하다고 생각했다. 조지아 옆엔 육로로 이동이 가능한 튀르키예가 있었다. 튀르키예도 물가가 저렴하다 보니 예산 내에서 나라 한 곳을 더 갈 수 있더라. 튀르키예 옆에 이집트가 있더라. 유명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님도 이집트 해안가의 작은 마을 다합에서 좋은 경험 했다고 하셔서 나도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 관련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처음 조지아에 도착해 공항에서 내렸을 때 우연히 한국인 세 분을 만나게 됐다. 60대 정도로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었는데, 함께 더 저렴하게 공항에서 시내로 가고자 택시비를 공동부담했다. 시내에 도착한 후에는 헤어져서 각자 여행을 했다. 나도 여행을 하다가 대자연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카즈베기’ 인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됐다. 거기서 우연히 공항에서 뵀던 분 중 한 분을 또 뵙게 됐다. 60대 아저씨셨는데 카즈베기를 함께 걸으며 아드님 자랑, 며느님 자랑, 손주 자랑을 들어드렸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감사했던 게 끼니를 빵으로 때우는 날 보시고 항상 따뜻한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셨다."
"이집트에서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에서 지냈다. 거기서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그 사람과 함께 은하수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마다 셰어하우스 사람들과 행복한 순간 등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하고, 독서 토론도 하면서 견문이 넓어졌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대화도 할 수 있구나' 생각했고 많이 배웠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늘 고민이 많아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아야 할지 진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이집트에선 고민이라고 해봤자 '다음날 뭐 먹지', '다이빙 한 번 나갈까', '바다에서 놀 사람 누구누구 있을까' 정도였다. 그래서 잠도 푹 잘 수 있었고 참 행복했다."
-고등학생에서 수험생, 여행자를 거치며 많이 단단해졌다고 밝혔다.
"나이를 불문하고,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도 방황은 끝없는 거구나 깨달았다. 여행을 가기 전엔 주변에 또래밖에 없었다. 또 다들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니, 다양한 나이대의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20대부터 40대까지 넓은 나이대의 사람들과 친해지고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 중에선 선생님을 하셨던 분도 있고, 물리치료사였던 분도 있었다. 두 분 다 그만두고 진로 고민을 하시더라."
"예전엔 내가 가는 길이 정답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어떤 것에 도전할 때마다 정답일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런데 여행을 가서 모두가 비슷한 고민과 방황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 '정답은 없구나,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겠구나, 또 하고 싶은 걸 하면서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다른 길로 갈 수 있겠구나, 그러면서 내 길이 만들어지는 거구나' 깨달았다."
-방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방황이 끝났다고 생각하는가.
"항상 불안함을 갖고 있는 것. 시작도 안 했는데 고민하고 좌절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무기력함도 더해지는 그런 복합적인 것이었다. 그렇다. 지금은 방황하진 않는다. 하루하루가 기대된다.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생겼다. "
-세계 여행 전과 후에 대학 입학 동기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는가.
"여행 전 교육대학교 입시를 준비한 이유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해외에서 공부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어학연수와 교환학생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해외로 나갈 방법이 많은 대학을 입학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대학교를 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고 취업하고 싶어서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에 주력할 예정인가.
"3월 대학 입학 후에는 공부하는 걸 많이 올릴 것 같다. 목표가 과탑이다. (웃음) 대학생의 진솔한 일상을 공유하며 20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많이 담아보고 싶다."
-유튜버써 목표가 있다면
"방황했던 영상을 올렸을 때 공감된다는 등 좋은 댓글이 많았다. 시청자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유튜버가 되고 싶다. 있는 그대로, 힘든 일이든 좋은 일이든 영상을 게재해 꿈을 실어주는 유튜버가 되고 싶다."
-구독자분께 한 마디.
"이전에 '라임슬아'라는 채널명으로 활동했을 때보다 많은 분들이 구독을 취소하셨다. 하지만 방황 관련 영상을 보시고 구독자도 많이 늘고 있고, 이제는 '가자스라'로 나를 알게 되신 분들도 많다.
◎튜브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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