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던 일본이 이란에게 완벽하게 압도당하며 8강에서 무너졌다.
일본은 2월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1-2로 패했다. 그런데 단순히 8강에서 패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경기력은 이번 대회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조별예선에서 이라크에게 1패를 하며 조 2위로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 3승 2패의 성적을 거뒀다.
독일과 터키를 원정에서 연파하며 A매치 10연승(11경기 45골)을 하던 팀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에게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제공권과 강력한 몸싸움에 대한 문제였다. 이란의 공격은 단순했다. 공격수들이 공을 일단 띄워놓고 강하게 몸과 머리로 맞부딪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단순한 축구에 전혀 일본의 수비진이 대응하지 못했다. 특히 분데스리그에서 뛰는 이타쿠라 코는 심각한 수준의 제공권 능력을 보여주었고, 경고까지 받으며 주눅들었다.
이는 후반전 일방적으로 일본이 밀리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세컨볼은 전부 이란의 차이였고, 설령 일본이 잡더라도 이란이 어깨싸움으로 이를 대부분 빼앗았다. 일본은 전혀 공을 지켜내지 못했다. 최전방 아즈문의 결정적인 패스를 통한 동점골 장면 또한 그렇게 나왔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대형 사고가 나왔다. 센터백 두 명이 겹치며 넘어온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이를 본 이란 선수가 공을 빼앗아 쇄도해 들어가자 그것을 무리하게 이타쿠라가 태클로 저지하다가 결승 PK가 나왔다. 뭐라할 수 없는 완벽한 PK였다.
일본의 누리꾼들은 “이타쿠라는 대표팀에서 나가라”라며 성난 민심을 드러냈다.
이타쿠라 또한 사커킹에서 전한 인터뷰에서 "경기장에서 있을 자격이 없다"라며 자책했다. 그만큼 자신감을 많이 잃었던 경기였다.
사령탑의 전략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풋볼채널은 “이란의 집중 타겟이 된 이타쿠라 코를 교체하거나 5백으로 전환해 카운터 모드로 전환하거나, 혹은 프리킥으로 롱볼을 걷어내지 못하도록 하는 등 방법이 있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며 이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이날 뿐만이 아니었다. 일본은 베트남의 응우엔 딘박, 이라크의 후세인에게 각각 2골씩을 허용했다. 이란에게도 아즈문에게 완벽하게 당했다. 경고 누적으로 주공격수인 타레미가 없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번 일본 대표팀은 월드컵에서도 성과를 냈고, A매치 평가전에서 역대급 성과를 낸 팀이다. 해외파가 무려 20여명이다. 이를 두고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일지 몰라도 '종이 피지컬'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부분에서는 한국 김민재와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스피드에 피지컬까지 갖춘 김민재가 왜 세계 최고급의 센터백으로 불리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민재를 상대로는 절대로 이런 축구를 할 수가 없다. 이러한 부분은 요르단의 알타마리를 막아내는 김민재의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특히, 풀백이 취약한 한국에서 김민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또한, 일본을 상대할때는 점유율은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미들과 수비 라인을 탄탄하게 한 후 롱볼을 띄워 넣고 강하게 몸으로 부딪히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뻥 축구'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파훼법이 온 천하에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목이기도 했다.
주장 엔도 와타루(리버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모든 팀들이 일본에게 거칠게 나오지만, 그것 또한 축구. 이 또한 우리가 극복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지만 이번 일본 대표팀은 유달리 이런 부분에 취약했다.
월드컵 우승이 목표였던 '역대 최강' 일본 대표팀의 민낯이었던 셈이다.
또 하나 일본은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와 쿠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등 자칭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있었지만, 경기 후반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쿠보 다케후사와 미토마 카오루는 트렌스퍼마크트가 선정한 전체 아시아선수 몸값 랭킹에서 손흥민보다 위에 있었던 선수들이었다. 쿠보가 1위, 미토마가 3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은 그렇다치고 황희찬이나 이강인도 이들보다 훨씬 밑이었다.
하지만 쿠보는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고, 후반 22분 미토마 가오루와 교체되었다. 부상의 여파탓인지 세계적인 드리블러라는 미토마 카오루 또한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기대감이 엄청났지만, 미토마와 쿠보 둘이 합쳐 이번 대회 넣은 골은 고작 1골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손흥민은 달랐다. 호주와의 8강전 경기 종료 직전 무려 3명의 수비수를 달고 박스 안을 혼자 휘젓다가 페널티킥을 만들어냈다.
연장전에서는 황희찬이 얻어낸 프리킥을 그림같은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망 구석에 꽂아 넣었다. 하지만 일본은 그러한 선수가 없었다.
결국, 토너먼트 스테이지에서는 공수에서 이런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승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체적인 기량은 일본이 낫다.
일본 팬들 또한 각종 커뮤니티에서 "손흥민이 혼자서 차이를 만들어냈다", "손흥민을 우리에게 달라"라며 부러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