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원액 몰래 먹여 남편 살인 혐의... 무죄 나온 이유

입력 2024.02.03 11:00수정 2024.02.03 14:10
징역 30년 선고받은 여성 파기환송심서 무죄
니코틴 원액 몰래 먹여 남편 살인 혐의... 무죄 나온 이유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던 여성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강영재 고법판사)는 지난 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남편 사망 후 그의 계좌에 접속해 300만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컴퓨터 등 이용 사기)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피해자에 대한 부검에서 니코틴 성분이 검출되면서 타살로 지목됐고, '화성 니코틴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범행 준비와 실행 과정, 그러한 수법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인지, 발각 위험성과 피해자의 음용 가능성, 피해자의 자살 등 다른 행위가 개입될 여지 등에 비추어봤을 때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있다"라며 "범죄 증명이 안 된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말초 혈액에서 검출된 니코틴 농도에 비추어 볼 때 흰죽과 찬물을 이용했다면 고농도 니코틴 원액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수사기관은 피고인에게 압수한 니코틴 제품의 함량 실험을 하지 않았다. 압수된 제품이 범행에 사용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니코틴을 음용할 경우 혓바닥을 찌르거나 혓바닥이 타는 통증이 느껴져 이를 몰래 음용하게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공통된 전문가 의견"이라며 "의식이 뚜렷한 피해자에게 니코틴이 많이 든 물을 발각되지 않고 마시게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랜 기간 내연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을 시도한 적 있고, 가정의 경제적 문제, 사망 무렵 부친과의 불화 후 '부모 의절'을 검색하는 등 여러 문제로 피해자의 불안정 정서가 심화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피고인의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과연 6세 아들을 두고 가정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을 감내하고 남편을 살해했을 만한 동기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남편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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