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고려 거란 전쟁' 속 고려는 거란의 2차 침입을 막아섰지만, 드라마 외부에서는 원작자와 극본을 쓴 작가와의 전쟁이 발발했다.
지난 15일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연출 전우성, 김한솔, 서용수)을 둘러싼 잡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4일 방송된 18회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현종(강감찬 분)이 강감찬(최수종 분)과 호족에 대한 대처를 두고 갈등을 벌이다가 궁으로 돌아가던 중 낙마를 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드라마의 원작 소설로 알려진 '고려거란전쟁'(구 '고려거란전기')을 쓴 길승수 작가의 블로그를 찾아가 역사적인 기록에도 없는 부분이 드라마에 포함됐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댓글을 달았다.
이런 누리꾼들의 반응에 길승수 작가는 답글로 "대본 작가가 자기 작품을 쓰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 "정말 한심하다" "다음 주부터는 작가가 정신들 차리기를 기원한다"라고 쓰며 드라마 전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원작자의 지적을 등에 업고 누리꾼들은 '고려 거란 전쟁'의 전개에 대해 본격적으로 볼멘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누리꾼들은 거란의 2차 침입 과정이 박진감 넘치게 그려진 반면에 이 이후 전개들이 정쟁에 집중되면서 다소 극의 리듬이 늘어진 부분, 앞서 현종의 캐릭터 성장사가 꾸준히 그려진 것과 달리 갑작스럽게 현종이 성장이 퇴행한 듯 표현된 부분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작 소설대로 드라마를 그리라며 제작진에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지난 23일 드라마의 연출을 맡고 있는 전우성 감독과 극본을 쓴 이정우 작가가 직접 입을 열었다.
전 감독은 "길승수 작가는 이정우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하였고 여러 차례 자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였지만 끝내 고사하였다"라며 "이후 저는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하여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집필 및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길승수 작가가 저와 제작진이 자신의 자문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고증도 없이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정우 작가 또한 입장문에서 "저는 이 드라마의 작가가 된 후, 원작 소설을 검토하였으나 저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때부터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 제가 대본에서 구현한 모든 신은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롭게 창작된 장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길 작가가 제작진의 입장문에 "제가 자문을 거절했다고? 이제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군"이라며 "지금이라도 사태를 거짓으로 덮으려고 하지 말고, '대하사극인데 역사적 맥락을 살리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앞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라고 재반박했다.
이에 제작진은 지난 25일 KBS 시청자청원게시판을 통해 시청자들의 지적에 다시 한번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최근 '고려 거란 전쟁'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 잘 알고 있다"라며 "이 모두가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는 점 역시 제작진은 깊이 새기고 있다,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은 남은 회차를 통해 고난에 굴하지 않고 나라를 개혁하여 외적의 침입을 물리치고 동북아에 평화의 시대를 구현한 성군 현종의 모습을 더욱 완성도 있게 그려나가겠다"라고 전하면서 이번 분쟁을 다소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원작자와 제작진의 분쟁 과정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뉴스1에 "길승수 작가의 비판에 대해 제작진이 반박하는 측면에서 다소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버렸다고 볼 수 있다"라며 "결과적으로는 앞으로 제작진이 성군 현종의 모습을 잘 그리겠다고 마무리가 된 것인데, 현재처럼 정쟁에 집중된 전개가 끝이 나고 전쟁의 이야기가 본격화되면서 스토리적인 재미가 다시 올라가게 되면 이러한 문제들이 많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의견을 냈다.
'고려 거란 전쟁'이 극의 하이라이트인 거란의 3차 침입과 귀주대첩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잡음이 발생하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공들여 쌓아 올린 드라마의 명성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원작자와 제작진의 분쟁도 다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과연 '고려 거란 전쟁'이 앞으로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을 사그라지게 만드는 전개로 현재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