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허세가 잔뜩 담긴 목소리로 "아는 형님의 아는 누나의~" 얄팍한 인맥을 줄줄이 외고, 동성로와 인계동 지인을 동원해 여자친구 유진을 찾는 '99대장 나선욱'. 화려한 패션으로 보는 이들을 '킹받게'(열받지만 웃긴) 만들던 그는 감미로운 음색의 '뚱시경', 손목을 꼰 채 음식을 음미하는 '뚱종원', 힙한 트렌드의 선두에 선 '감성욱'까지 '부캐릭터'를 확장했다.
푸근한 모습과 친근한 매력으로 스스로 트렌드가 된 나선욱은 지난해 수많은 TV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았고, SBS '먹찌빠'의 막내로 활약 중이다. 개그맨 공채 시험이 사라지면서 같이 잊었던 개그맨의 꿈을 돌고 돌아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 나선욱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라디오스타'의 섭외 전화, TV에서만 보던 이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여전히 '꿈만 같은' 느낌이라고 기억했다.
수많은 부캐릭터가 히트했고 이제 '나선욱'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그는 또 새로운 부캐를 연구하고 본캐로서도 더욱 롱런하며 웃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마흔번 째 주인공 나선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나선욱 편①에 이어>
-'먹찌빠'를 보면 막내의 당찬 매력도 있으면서 다른 출연진하고 케미가 좋다.
▶두 번째로 녹화를 하러 갈 때까지만 해도 '여기서 어떻게 웃겨' 싶었다. 나도 어디 가면 덩치 있고 맛 표현 잘 한다 소리 들었는데 '먹찌빠'에서는 뭘로 해도 살아남기 어려운 거다. 거기다가 나는 전부 초면이었다. 갑자기 내가 끼어들어서 이야기를 하면 진짜 '돌아이' 같기도 하고.(웃음) 근데 나한테 질문이 왔을 때 답을 재미있게 하려고 했다. 주변에서 계속 웃어주니까 자신감이 나오더라. 그리고 '먹찌빠'가 게임 예능 프로그램이어서 편할 수 있었다.
-정규편성이 됐는데.
▶처음에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가 고정이 되고 다같이 회식했다. 서장훈형이 소고기도 사주셨다. 멤버들도 '이렇게 못 모인다' '너무 좋다'고 하고는 했다. 이 프로그램이 장훈이형 취향 저격인 것 같다. 애정이 넘친다. 멤버들 케미가 좋다. '연예인은 가식이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잖나. 아니더라. 신동형은 시크할 줄 알았는데 '동네형' 같다. 말을 예쁘게 한다. 나래누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다 받아준다. 첫회 녹화에서 '아무 말이나 해, 다 받아줄게'라고 하더라. 그런 말이 저를 더 열심히 하게 했다. 국주누나도 '귀엽다'고 해주시고 풍자누나, 기루누나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으면 꼭 짚어서 얘기하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먹찌빠' 후에 멤버들이 많이 살이 쪘다. 나선욱씨도 체중이 많이 는 것 같다.
▶10㎏ 쪘다. 헬스 PT를 등록했다. 너무 쪄서 이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일단은 운동하면서 더 찌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콘텐츠로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는데 사람들이 내가 살 찐 모습을 더 좋아하고 더 많이 웃어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고민이 된다. 마음은 99㎏가 되면 성공 아닐까 싶은데, 지금은 130㎏ 정도까지 가니까 10㎏ 만이라도 빼고 싶다. '먹찌빠'를 보면 다들 살이 쪘는데도 행복한 모습 아닌가. (웃음) 그걸 보면서 나도 한동안 행복하게 먹었다. 내 리즈시절은 80㎏ 안팎이었는데 그때로 가려면 운동을 정말 많이 해야 한다. 사람이 살이 막 찌면 의지가 꺾인달까. 지하철 출구 계단만 올라와도 힘들다. 이렇게 계속 찐 건 처음이다.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는데.
▶처음 가봤다. 개그맨을 꿈꾸며 컸으니까 어릴 때 한해 마무리가 시상식을 보는 것이었다. 내가 그 자리에 있는 상상도 해보고 상 받고 가족, 친구들 이야기하는 상상도 했다. 주변에서도 '신인상 네가 받을 거 같아'라고 하니까 너무 떨리더라.(웃음) 베스트팀워크상으로 무대에 올라가봤는데 너무 떨려서 혹시라도 소감 시킬까봐 뒤에 숨어 있었다.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은? '나혼자산다' 어떤가.
▶'미운 우리 새끼' 나간 것도 영광이었다. '나혼자산다'라면 너무 영광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나는 자연인이다' 이거다. 자연의 끝, 음식의 끝 이런 걸 정말 좋아한다.(웃음) 나라는 사람도 방송을 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많은 캐릭터를 고민중이니까 여러가지 취미,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어떤 캐릭터를 맡으면 그 직업을 경험해본다고 하지 않나. 나는 코미디를 하면서 그게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런 점에서 여러가지 경험을 고민하고 있다. '유튜브'로는 '피식대학' 같은 모델이 좋다고 생각한다. 삶과 개그에 있어서는 유세윤 형님처럼 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최근 이사를 했다고.
▶서울 올라와서 군자에서 7년 동안 살았다. 저한테는 제2의 고향이다. 새 집을 알아보는데 한 번은 리프레시하고 싶더라. 유튜버로서 살다가 방송도 하게 되고 전체적인 삶의 리듬에 변화가 있으면 어떨까 싶어서 용산으로 이사를 갔다. 내가 논산 출신이니까 라임도 맞는다. 나름 그래도 유튜버로 열심히 활동해왔고 돈 열심히 모아서 좋은 집으로 이사갔다.
-성공한 느낌인가.
▶집은 전세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사먹고 그러는 정도다. 예전에 비해서 뭘 할 때 고민을 덜 하는 건 있다. 부모님께는 예전에도 많이 해드렸다. 지금은 TV에 제가 나오면 보면서 즐거워 하시더라.
-30대가 됐는데 결혼 이야기는 안 하시나.
▶예전에는 하셨는데 '무슨 결혼이야, 한창 일할 때인데' 라고 했다. 작년 3월부터는 엄청 바빴다. 정말 누구를 만나기 어려운 일정들이었다. 스케줄도 계속 바뀌고 그렇더라. 연애는 하고 싶은데 누구를 만나려면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새해가 됐는데 목표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3월까지 두달 동안 건강하게 조금씩 빼고 싶다. 그러면서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싶다. 이제 새로운 동네 용산을 알아가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맛집이 많은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