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이라도 살려줬어야지" 택시기사 남편 잃은 아내 통곡

입력 2024.01.22 15:49수정 2024.01.22 16:21
"목숨이라도 살려줬어야지" 택시기사 남편 잃은 아내 통곡
지난해 10월23일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태국으로 달아난 40대 남성이 범행 11시간 만에 태국공항에서 붙잡혔다. (충남 아산경찰서 제공) /뉴스1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목숨이라도 살려줬어야지."

손주들에게 줄 용돈을 벌기 위해 새벽 일을 나갔던 남편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허망하게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는 가해자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애원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경호)는 22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5)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영업용 택시기사인 A씨는 지난해 10월23일 태국 여성과 결혼에 필요한 지참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택시기사 B씨를 살해하고 1048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당일 오전 0시46분께 광주에서 B씨의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던 중 오전 2시57분께 충남 아산에서 소변이 마렵다며 정차시킨 뒤 B씨를 살해했다.

피해자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낸 A씨는 B씨 계좌에서 1000만원을 이체해 비행기 표를 구입하고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국제 공조로 범행 11시간 만에 태국 공항에서 붙잡혔다.

A씨는 이 여성과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범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며 강도치사죄 적용을 주장했다.

A씨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실제 태국 여성과 혼인 신고가 돼 있었다. 장기 도주나 살인을 계획한 것은 아니다. 피해 회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며 선처를 바랐다.

검찰은 재판부에 A씨에게 무기징역 선고를 요청했다. 재범의 위험이 있다며 보호관찰 10년도 함께 청구했다.

검찰은 "피해자는 70세의 고령임에도 손자들에게 줄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새벽까지 택시를 운행하던 선량한 시민이었다"며 "피고인은 결혼 자금 몇 푼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소중한 생명과 평범한 일상을 한순간에 빼앗았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범행 직후에는 태국으로 출국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 지금까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유족들의 용서를 받을 가능성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최후 진술 기회를 얻은 A씨는 법정에서 유족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A씨는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지만 유족들은 "사과 필요없다. 하지마라"고 반발했다.

"용서해달라고 하는 것 아니다. 죄송합니다"라며 고개 숙인 A씨는 재판부에 "제 죄가 크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죄를 달게 받겠다"고 마지막 발언을 마쳤다.

재판장으로부터 발언 기회를 부여받은 피해자의 아내는 "목숨이라도 살려주지 왜 착한 남편을 죽였느냐"며 "목숨이라도 살려놨으면 덜 억울하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의 큰딸도 "피고인은 이미 기절한 아버지의 입을 테이프로 막고 비닐을 이용해 질식시키는 2차 가해를 했다"며 "부검 후 아버지의 얼굴에서 당시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며 흐느꼈다.

유족들은 A씨에 대해 무기징역이 아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간청했다.

A씨에 대한 판결 선고는 2월14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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