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외도를 한번 눈감아 줬지만 또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에 격분해 남편을 살해하고 내연녀까지 죽이려 했던 50대 여성에게 징역 10년형이 떨어졌다.
19일 대구지법 형사12부(어재원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58·여)에 대해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해 엄벌이 필요하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다만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또다른)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두 아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나름 선처한 형량임을 알렸다.
A씨는 지난해 7월 8일 오후 11시쯤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술에 취해 귀가한 남편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음날 오전 9시 53분쯤 남편의 내연녀 B씨가 운영하는 자영업장으로 찾아가 흉기로 휘둘렀다가 B씨가 저항하자 미수에 그치고 달아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남편과 B씨가 2015년부터 이어오던 불륜관계를 정리한 줄 알았다가 남편이 B씨와 스위스 여행을 위해 1240만원의 경비를 결제한 사실을 알고 분노, 범행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재판에서 A씨 변호인은 가정을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해 왔던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중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하던 중 남편을 만난 A씨는 결혼과 함께 해외 유학의 꿈도 버렸고 시어머니가 손자 양육을 거절하는 바람에 교사 일까지 그만뒀다.
또 사업을 하다 파산한 남편을 대신해 파출부, 식당일 등을 하며 집안 살림을 이끌어 갔다.
그러던 중 2015년부터 남편과 B씨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에게 '관계 정리'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남편 간수나 잘해라'는 핀잔을 들었다.
가정을 깨기 싫었던 A씨는 'B씨와 헤어졌다'는 남편 말을 믿기로 하고 남편을 용서한 후 2022년 말 '상속세 납부를 위해 급전이 필요하다'는 남편 말에 자신의 이름으로 1억원을 대출받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6월 남편과 B씨가 스위스 여행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일을 저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