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알루미늄 약 포장지'를 꿀꺽... 요양병원 책임은?

입력 2024.01.18 07:28수정 2024.01.18 16:08
치매 환자, '알루미늄 약 포장지'를 꿀꺽... 요양병원 책임은?
치매 환자가 삼킨 알루미늄 항생제 약 껍질 / 뉴스1
[파이낸셜뉴스] 70대 치매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알루미늄 약 포장지를 삼켜 식도가 파열되는 일이 발생했다.

전주덕진경찰서는 요양병원 관리 소홀로 치매 환자가 알루미늄 약 껍질을 삼켜 식도 봉합 수술을 받은 사건에 대해 간호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함께 고발당한 병원장은 한방 의사로서 양방 진료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송치됐다.

위와 식도 사이서 발견된 알루미늄 약 포장지

경찰에 따르면 치매와 섬망 진단을 받고 전북 전주시 한 요양병원 치매 병동에 입원한 70대 남성 A씨는 2022년 8월 18일 오전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밤새 피를 토했다. 계속된 통증 호소에 요양병원 의료진은 A씨를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해 폐 검사를 진행했다.

최초 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튿날 재검사에서 원인이 파악됐다. A씨의 위와 식도가 만나는 부분에서 알루미늄 재질의 알약 포장지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해당 약은 열흘 전쯤 먹은 것이었다고 한다. A씨는 곧바로 식도 등 상처가 난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A씨 가족은 요양병원이 치매 환자에 대한 관리·감독에 부실했다며 요양병원 간호사 2명과 병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의료진 자리 비운사이 통째로 삼킨 환자

조사 결과 평소 간호사들이 종이로 포장된 처방약에 알루미늄 재질로 싸인 항생제 알약을 한 개씩 A씨에게 제공했는데, 사건 당일 의료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A씨가 항생제를 포장된 상태로 삼킨 것으로 확인됐다.

A씨 가족은 "아버지는 대형병원에서 이미 치매 증상 진단을 받은 후 입원한 환자였기에 병원에서 더 신경 써서 관리했어야 했다"라며 "의료진들이 아버지가 약을 어떻게 먹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병원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대학병원 응급실 기록을 보면 'A씨는 대량의 객혈이나 토혈 시 질식으로 인한 돌연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기재돼 있다"라며 "아버지는 이번 사건으로 식도가 파열된 데다 수술 후 누워만 계시다 근육까지 크게 줄어 걷기 힘든 상태까지 됐다"라고 토로했다.

고발당한 병원 "환자 인지능력 충분히 있었다" 주장

이에 대해 요양병원 측은 당시 A씨는 스스로 약을 섭취할 수 있고, 충분한 인지 능력을 갖춘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병원 관계자는 "사건 당일에 A씨가 아침을 안 드셨길래 식사와 함께 제공한 약을 간호사가 다시 회수해 나중에 드리려고 했으나 A씨가 이를 강하게 거부했다"라며 "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의료진이 강제로 약을 뺏거나 약을 섭취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항생제는 병원 처방약이 아니라 A씨 가족이 원해서 제공했던 것"이라며 "사건이 벌어지고 병원 차원에서 도의적 책임을 지려고 A씨 가족에게 사과도 하고, 보상도 해드려고 했지만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커 합의가 잘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한편 A씨 가족은 요양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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