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아빠·이영애 남편 아닌 '김영재' 불리길…'이무생로랑' 부러워" ③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김영재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분노유발' 빌런 김필로 분했다. 김필은 슬럼프에 빠진 작곡가이자 차세음(이영애 분)의 남편으로, 극 초반 그는 다정한 웃음과 속깊은 배려심을 기본 장착한 사랑꾼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김필은 외로움을 핑계 삼아 이아진(이시원 분)과 내연 관계를 유지한 것도 모자라, 다시금 손에 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차세음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등 시청자들의 분노지수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악인이었다.

김영재의 바르고 착한 인상과 그에 맞는 역할들을 연기하며 쌓은 이미지때문에 더욱 '반전'이었던 김필. 김영재는 16일 서울 청담동에서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갖고 김필에 몰입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따뜻함과 소름을 동시에 유발한 다면적인 인물에 깊이 들어간 경험을 돌아보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어둡고 우울한 내면에 빠져있던 시간이 힘들었지만, 배우로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것 같다면서 앞으로 만날 '인생캐'를 기대한다고 했다.

<【N인터뷰】②에 이어>

-김필이 어떻게 보이길 바랐나.

▶김필이 현실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장되게 연기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 점이 먹힌 게 아닐까 싶다. 오히려 악역처럼 연기했으면 식상해보일 수도 있고 많이 본 그림일 수도 있는데 (시청자분들이) 짜증이 많이 난 건 현실에 있을 법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참고한 캐릭터가 있나.

▶오히려 기사들을 더 많이 봤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범죄, 그런 사람들에 대해 보니까 같이 기분이 안 좋아지더라.

-김영재 이무생 등 오래 내공을 쌓은 베테랑 배우들이 모인 느낌이었다.

▶그렇게 말해주시면 되게 감사하다. 베테랑 배우로 봐주신다면 기쁘다. 이번에는 배우들이 특히 호흡도 더 좋았던 것 같다. 풋풋함은 조금 없을 수 있지만,(웃음) 잘 하는 배우들이 모인 작품이었던 것 같다. 한필 배우들도 너무 좋았고 별이도 당차고 예쁘게 참 잘 하더라.

-유정재 같은 역할을 맡으면 어떨까.

▶나는 그런 역할을 못 했을 것 같다. 정재는 (김필과) 다른 결의, 똘기 있는 그런 매력이 있는데 (이)무생이가 연기했기 때문에 잘 그려진 것 같다. 내가 했으면 키다리 아저씨 느낌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그러면 너무 무난해보였을 것 같기도 하고.

-이무생이 제일 어려운 캐릭터가 김필이라고 했다는데.

▶차세음을 사랑한 것도 있지만 쓰레기가 같은 모습도 있는 게 김필이다. 줄다리기가 쉽지 않았다. (악한 면모를) 확 보여줬다가 조용조용 윽박도 지른다. 단순하게 폭력적인 인물이면 그렇게 연기하면 되는데 밸런스가 중요한 인물이어서 제게는 김필이 숙제였다.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마 무생이가 그런 면에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

-이무생과 대립하는 연기를 했는데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이무생도) 뭔가 필살기를 가져와서 연기를 한다. 대본따라서 내가 이길 수가 없다. 나도 (필살기를) 가지고 오기는 하는데 이길 수 없는 거다. 꼭 이기고 싶은 신이 있었는데 (김필은) 눈 한 번 안 깜빡하고 쳐다 보는데 (유정재는) 아무렇지 않게 쳐다 보지 않더라. 김필이 한 번 이겨서 기고만장하고 다시 무너지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더라. 그런 면에서 연기할 때 편하지 않았다. 저 혼자 김필 편이고 저 혼자 이해를 하는 거다. 인간 김영재와 김필이 다른 부분이어서 속상한 점도 있었다. 나도 '이무생로랑' 처럼 별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보면 '이영애 불륜남' 그렇게만 뜨는 거다. (웃음) 나도 그런 별명, 제 이름을 더 알리고 싶다. 지금은 '누구의 남자' 한동안 '(송)중기 아빠'였는데 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작품 만나 인생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근데 잘 안 떠오르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무채색인가 싶기도 하다.

-'마에스트라'는 어떤 드라마인가.

▶애증의 드라마다. 좋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고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 이영애 선배님부터 작가님 감독님 배우들 다 더욱 감사하다. 이런 조합을 언제 해보겠나. 배려심이 많은 배우들과 해서 좋았다.

-자기관리를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열심히는 아니고 작품이 닥쳐야 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러닝, 자전거 운동을 많이 한다. 동생이 러닝을 좋아해서 나도 같이 하게 됐다. 어쩔 수 없다. 나도 먹방 유튜버 보면서 안 먹고, 그러다가 먹게 되면 다음날 열심히 뛰고 그렇게 산다.

-올해 계획과 배우로서의 목표가 궁금하다.

▶불륜 쪽은 했으니까 다른 쪽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대본이 완성도만 좋으면 불륜이든 아니든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좀 '짠하게' 나올 것 같다. 작품 자체가 즐거운 캐릭터다. 나는 이순재 선생님처럼 건강하게 오래 일하는 게 목표다. 나는 신들린 연기를 하는 대단한 배우는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만족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열심히 오래오래 하다 보면 제 이름은 알아봐주시지 않을까 싶다. 인생캐를 만나고 싶다. 아직 못 만난 것 같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