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만 사달라"는 글에 18만원 모여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밥글 쓴 글쓴이다. 감사 인사드린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많은 도움과 격려를 받아서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서려 한다"라고 적었다.
앞서 지난 10일 A씨는 해당 커뮤니티에 '이제 끝낼 시간'이라는 닉네임으로 최근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사흘을 굶었다며 국밥 한 그릇만 사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적이 일어났다. A씨는 같은 날 게시글을 하나 더 올렸다. 그는 "무려 세 분께서 18만원이라는 큰 돈을 보내주셨다. 연락이 왔을 때 염치 불고하고 계좌번호를 보냈다. 너무 배가 고프고, 또 살고 싶었다"라고 했다.
이어 "한 분과는 통화를 했는데, 하신 말씀이 와닿았다. '설령 글 내용이 사기일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진짜 어려운 사정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그 사람을 살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거였다"라며 앞으로 자신 또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A씨는 식당에서 8000원짜리 황태콩나물국밥을 먹는 사진도 올리며 "맨날 맨밥에 신김치만 먹다가 몇 개월 만에 따뜻한 국물과 고기를 먹는 것 같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일용직 일하다 건강 악화돼 무직으로
A씨는 13일 이후에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고 전하며 자신의 구체적인 사연을 남겼다. 그는 "원래 다른 일을 하다가 생계가 어려워져 일용직 노동을 하던 중 지난해 장마철부터 하루 일하면 3~4일을 쉬어야 할 정도로 다리와 허리에 통증이 있었다. 걷는 건 고사하고 앉거나 눕기도 힘들 정도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여름쯤부터 당장 안 입는 겨울옷 등을 중고로 1만원, 몇 천원에 팔고, 60만원 정도의 긴급생계지원 받은 걸로 버텼다"라면서 "최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나아져 택배나 아파트 건설 현장 일을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3일을 굶던 차에 휴대전화라도 팔아보려고 했지만 외관상 망가진 곳이 많아 팔지도 못했다"라고 했다.
A씨는 "마음이 약해져 '난 더 이상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싶어 진짜 안 좋은 생각이 덜컥 들었다. 그런데 죽는 게 무서웠다"라면서 "평소 자주 보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같은 지역 분이 계시다면 국밥 한 그릇만 사 달라고 글을 올렸던 것이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탓인지 치아 상태가 나빠져 먹을 수 있는 건 씹지 않고 삼킬 수 있는 국밥 정도였다"라고 털어놨다.
도움의 손길 이어져, 일자리 교육까지 '아직 따뜻한 세상'
A씨에 따르면 이틀 동안 많은 도움이 쏟아졌다. 금전적인 도움은 물론 직접 와서 패딩과 폴라티를 준 이도, 휴대전화를 수리해준 이도 있었다. 어떤 이는 일자리를 알아봐 주기도 했다. A씨는 실제로 업체 관계자와 통화를 했고 오는 19일 업무 교육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A씨는 끝으로 "진짜 비관적이고 깜깜한 어둠뿐이었는데 많은 분들께서 빛을 비춰주셔서 이제 일어서 그 빛을 따라 한 발자국 내디뎌보려 한다"라면서 "이 글이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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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