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허위로 출장 신청서를 올리고, 실제로는 식당과 카페를 돌아다녔다고 밝힌 9급 공무원의 SNS 인증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게시글에는 동료들의 인적사항과 민원인의 건축허가 관련 서류도 그대로 노출됐다.
14일 SNS 등에 따르면 자신을 9급 공무원으로 소개한 A씨는 전날 자신의 SNS에 출장 신청서 화면을 촬영한 사진을 게재했다. 신청서를 보면 경기도 B시청 C과 소속으로 돼 있는 A씨는 지난 12일 하루 동안 출장을 가겠다고 신청했다.
그런데 A씨는 사진을 올리면서 “월급 루팡 중”이라며 “출장 신청 내고 주사님들이랑 밥 먹고 카페 갔다가 동네를 돌아다녔다”고 적었다. 출장을 가겠다고 허위 서류를 올려놓고 출장비를 받은 뒤 일은 하지 않고, 놀며 시간을 보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씨는 개발제한구역 내 건축 사안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B시청 발송 공문도 찍어 올리며 “짓지 말라면 좀 짓지 마라”며 “왜 말을 안 듣는 것인가. 굉장히 공들여 지어놓은 것들 어차피 다시 부숴야 하는데”라고 했다. 정황상 개발제한구역에 임의로 불법건축물을 지어놓은 이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또 A씨는 “아니 무슨 맨날 회식을 하느냐”며 팀 회식 안내문을 찍은 사진도 함께 올렸는데, 이 안내문에는 ‘받는 사람’의 소속과 실명이 그대로 모두 노출됐다.
A씨의 게시글 내용이 사실이라면 허위출장에 따른 근무지 이탈과 출장비 부당수령 등 죄목이 더해져 높은 수위의 징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사연을 본 누리꾼들 역시 “출장달고 밖에 나가서 다른 일 하는 건 당연할 정도”, “너도나도 저렇게 세금 타가니까 당연한 줄 알았나보다”,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A씨가 과연 월요일(15일) 출근할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논란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청렴포털에 A씨를 신고하고 이를 온라인상에 인증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했다.
한편, 공무원의 SNS 활동을 둘러싼 ‘기강 해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사진은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고, 결국 남구 감사관실은 D씨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견책 징계를 내렸다. 남구 감사관실은 D씨가 근무 중 술을 마시고 술병과 공문서가 찍힌 사진을 공유한 행위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