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바둑 뒀는데...깨어보니 죽어있었다" 끝까지 결백 주장한 '바둑살인'

입력 2024.01.12 08:26수정 2024.01.12 16:05
제주 이웃 흉기살해 60대 피의자 혐의 부인
검찰 "다투는 소리 있었다" 징역 20년 구형
"술 먹고 바둑 뒀는데...깨어보니 죽어있었다" 끝까지 결백 주장한 '바둑살인'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함께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두던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법정에서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검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69)에 대해 11일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A씨에게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특별한 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벌어진 사건"이라며 "피해자가 사망해 진술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상해치사와 여러 차례의 폭력 전과가 있음에도 알코올 관련이나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A씨는 이날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지금도 너무 무섭다. 자고 일어났는데 사람이 죽어있었고, 무서워서 휴대전화를 찾다가 2층 집주인에게 가서 신고 좀 해달라고 했다"며 "제 결백보다도 같이 술을 마셨던 분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A씨 변호인도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건 당일 처음 만나 화기애애하게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바둑을 뒀다"며 살해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해당 건물 거주자 진술을 근거로 범행 시각을 특정했으나 시간에 대한 진술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제출된 폐쇄회로(CC)TV 영상만으로는 건물 출입 사항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어 제3자 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8일 밤 제주 서귀포 소재의 주거지에서 60대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홀로 지냈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나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시고, A씨 주거지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씨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B씨와 술을 마시며 바둑을 두던 중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 결과 B씨는 가슴과 목 등 9곳을 찔린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혈중알코올농도는 항거 불능 상태로 볼 수 있는 0.421%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