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에서 노토반도 지진으로 화상을 입은 다섯 살 남아가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당해 대기하던 중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테레비가나자와에 따르면 지난 1일 이시카와현(県) 시카정(町)에 사는 나카가와 가나토군은 어머니와 함께 친척의 집에서 석유난로 위에 떡을 굽고 있었다. 난로 위 주전자에는 물이 끓고 있었다. 갑자기 진도 7의 지진이 이들을 덮친 것은 바로 이때였다. 가나토의 엉덩이와 다리 위로 펄펄 끓던 뜨거운 물이 튀었다.
어머니 미사키씨가 바지를 벗겨 보니 피부가 벗겨진 상태. 가나토군은 찢어진 피부를 잡고 "아파 이게 뭐야"라며 고통스러워했다. 물을 꺼내 피부 열을 내리려 했으나 단수로 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때부터 가나토는 최소 3번, 병원에 거절당한다.
첫 번째 거절은 구급차였다. 화상 직후 당황한 미사키씨는 구급차를 불렀지만 "화상으로는 출동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차로 병원에 가려 했지만 도로는 금이 가서 깨졌있고 밖으로 나온 차들로 정체됐다.
매달리는 심정으로 한 번 더 119에 전화를 걸자, 이번에는 구급차가 출동했다. 가까스로 도착한 병원. 하지만 의료진은 "중상은 아니지만 경상도 아니다"며 입원을 거절했다. 가나토군은 미사키씨는 "간지러워. 아파"라며 계속 우는 가나토군과 여진 속 차가운 병원 로비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
결국 입원하지 못한 가나토군은 어쩔 수 없이 자택에서 치료해야 했다. 3일 아침부터는 화상 통증과 함께 41도의 고열이 아이를 괴롭혔다. 식욕은 없고, 가나자와 시내 의원에서는 약 처방을 해준 것이 다였다.
4일 아침, 화상 진찰을 위해 첫날 들렀던 병원을 다시 찾았지만 '발열자는 방으로 들일 수 없다'는 이유로 또 한 번 끝 모를 대기가 이어졌다. 겨우 진찰 순서가 되어 들것에 실렸지만 가나토의 숨은 멎은 상태였다. 집중치료실(ICU)로 옮겨졌지만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얼굴에는 핏기가 돌지 않았다. 가나토는 그렇게 기다리기만 하다가 5일, 세상을 떠났다.
미사키씨는 NNN에 초진 시 대응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만 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뜨거운 물이 나에게만 전부 튀었다면"이라는 후회도 밀려왔다. 괜히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진통제를 먹인 것이 "무리시킨 것은 아닌지" 괴로웠다.
시카정은 가나토군이 "경상에서 용태가 급변해 며칠 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나토군은 정말 경상이었을까. 일본열상학회의 화상 분류체계에 따르면 가나토군은 신체 부위의 15~30%에 해당하는 온수로 인한 화상, 즉 2도 중등증 등급에 해당한다.
학회는 중증과 중등증은 "입원 치료 수준"이라고 간주하며 "중등증이라도 상황에 따라 구급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일반 병원에서 입원 치료해야 한다"고 고지하고 있다.
가나토를 진찰한 병원 측은 NNN에 "현재 경위를 검증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미사키씨는 생전 아이의 꿈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자위대나 구급대원,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히어로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며 머리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