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할머니, 꿈에 그리던 초교 졸업장 품에... 가슴 찡한 사연

입력 2024.01.08 16:36수정 2024.01.08 16:44
보은군 관기초 졸업생 강명자(83) 할머니
팔순 할머니, 꿈에 그리던 초교 졸업장 품에... 가슴 찡한 사연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지난 5일 충북 보은군 관기초등학교를 졸업한 강명자(83) 할머니. (사진=보은교육지원청 제공) 2024.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가족을 위해 일평생 헌신한 팔순(八旬) 할머니가 꿈에 그리던 초등학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올해 충북 보은군 관기초등학교를 졸업한 강명자(83) 할머니 얘기다.

102회 졸업식이 열린 지난 5일 강 할머니는 가족들의 축복 속에 손주뻘 되는 아이들과 함께 학사모를 썼다. 졸업가운을 연신 만지던 그는 소원을 이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릴 적 어려운 집안 형편에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강 할머니였다. 마로면으로 시집온 지 언 60여년. 평생을 함께한 남편을 먼저 보낸 뒤 77세의 나이에 글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농사일로 바빴지만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새벽에 밭일을 마치고 오전에 학교를 오갔다. 밭에 자주 가야하는 농번기 땐 강 할머니를 위해 학교에서 통학버스를 추가 운행해 주기도 했다. 어린 급우들의 도움과 격려도 큰 힘이 됐다.

팔순 할머니, 꿈에 그리던 초교 졸업장 품에... 가슴 찡한 사연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지난 5일 충북 보은군 관기초등학교 졸업식에서 강명자(83) 할머니가 학사모를 쓰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보은교육지원청 제공) 2024.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게 지내길 6년,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배움에 끝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강 할머니는 자녀와 자녀의 직장 동료, 증손주들의 축복을 받으며 졸업의 기쁨을 누렸다. 중학교 진학은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강 할머니는 "선생님들과 학생들 덕분에 재미있는 학교 생활을 했다"면서 "80년 한을 푼 이 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920년 개교해 102회째 졸업식을 한 관기초등학교는 이번에 강 할머니를 포함해 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올해 전교생은 입학생 3명을 포함한 2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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