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아들이 변태야?" 억울했던 부모가 직접 수사한 결과가 반전

입력 2024.01.07 08:31수정 2024.01.07 13:15
"왜 내 아들이 변태야?" 억울했던 부모가 직접 수사한 결과가 반전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파이낸셜뉴스] 학원에서 공부하던 고등학생이 같은 시간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범인으로 몰렸다. 해당 학생의 어머니는 “3개월 간 지옥에서 살았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7일 JTBC 시사프로그램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8월 울산 중구에서 발생했다. 고등학교 2학년 A군은 당시 학원에서 수업을 듣던 중 “8월 3일 길거리에서 음란행위 하지 않았냐. 부모님하고 함께 경찰 조사받으러 와라”라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경찰은 당시 한 남성이 하의를 벗고 음란행위를 했고, 차에서 내리던 피해자가 이를 목격한 뒤 소리를 질렀다. 피해자 남편이 범인을 쫓아갔지만 놓쳤다.

이후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같은 날 9시44분쯤 범행 장소 인근 편의점에서 A군이 나오는 것을 포착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말했던 인상착의와 실제 가해자가 입었던 옷차림과 같다며 A군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피해자도 A군의 모습이 담긴 CCTV 캡처 사진을 보고 “이 사람이 가해자 맞다”고 말했고, A군은 공연음란죄로 조사받게 됐다.

하지만 A군의 부모는 “우리 아들은 그 시간에 학원에서 수업 듣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담당 경찰은 “나도 수사 30년 이상 해봤는데 이거 별거 아니다. 애가 스트레스받아서 그럴 수도 있으니까 잘 설득해 봐라”며 자수를 권유했다고 한다.

부모가 직접 증거 CCTV 등 수집


결국 A군 부모는 A군이 학원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집까지 오는 CCTV 영상 등 직접 증거를 찾아나섰다. 학원 선생님과 친구들도 A군이 9시30분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A군 부모는 “아들은 167㎝, 56㎏으로 왜소한 편이다. 피해자가 최초 경찰에 신고할 당시 범인 키는 약 175㎝에 20대 청년처럼 보인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발, 양말, 반바지 다 다르다. 아들이 맨 가방은 회색이고 가해자의 가방은 검은색이다. 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가해자는 착용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A군 부모는 이런 증거 영상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학원 갔다가 바로 집으로 가서 범행 장소를 가지 않았으니 확인해 달라”라고 했다.

A군 부모는 담당 경찰이 “그걸 내가 왜 보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경찰이 “A군이 용의주도하다. 학원 수업 도중에 나와 범행을 저지르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A군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A군과 실제 범인의 인상착의 다르다고 판단했다. 또 9시 36분쯤 학원에서 하원하는 모습이 CCTV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A군 부모는 “3개월 동안 지옥 속에 살았고 올해 아들이 고3인데 동네에 소문도 났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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