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키스 후에 감기 걸린 것처럼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목이 붓고 침을 삼키기 어렵다면 '키스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10~20대 사이에서 주로 발병하는 감염증 '단핵구증'은 자신도 모르게 감염되었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에 의해 유발되는 감염병으로 주로 타액을 통해 전염돼 '키스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물론 키스뿐만 아니라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매개 감염을 통해서도 전파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EBV에 감염된 청년 4명 중 1명 정도가 단핵구증을 경험한다. 특히 40대 이하 15~24세 사이의 젊은층에게 흔히 발생하며 팝 가수 저스틴 비버가 걸려 주목받기도 했다.
단핵구증에 걸리게 되면 4~8주 정도의 잠복 기간 후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첫 증상은 무기력함과 피로감, 쇠약감, 식욕 상실, 고열, 오한 등이다. 이후 점점 통증을 동반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근육통과 인후통, 발열, 림프절 부종 등이 있다.
편도가 심하게 붓는 느낌이 들면서 침과 음식을 삼키기 어렵게 되고 가래가 자주 끼는가 하면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림프절의 통증과 부종이 나타난다. 또한 비장이 커져 복부를 짓누르는 듯한 압통을 느낄 수 있으며 체중 감소, 두통 등이 생기기도 한다.
만약 단핵구증에 걸렸다면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드폴(DePaul)대학과 노스웨스턴대학 지역사회 연구센터(Center for Community Research)의 레너드 제이슨 교수 연구팀이 대학생 4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적 조사 결과 이 중 238명(약 5%)이 단핵구증에 감염됐다.
단핵구증 감염자 중 55명(23%)은 감염 6개월 후 만성 피로증후군 진단 기준에 해당하는 증상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근육통성 뇌척수염(myalgic encephalomyelitis)이라고도 불리는 만성피로증후군은 아무리 쉬어도 '극심한 피로'가 풀리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복잡한 증상으로 견딜 수 없는 피로감, 관절·근육 통증, 두통, 림프절 압통, 인후통, 기억력·집중력 저하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단핵구증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도 휴식과 수면을 충분히 유지하면 나아진다. 휴식을 취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 항생제, 해열제 등의 약물을 이용해 치료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수도 있어 방심해서는 안 된다. 편도염이나 인후염으로 호흡곤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비장 종대로 인한 비장 파열, 심장을 둘러싼 막과 심장근육, 뇌, 간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며, 적혈구의 파괴로 빈혈이 생길 수도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는 한 학교에 '키스병'이 발병해 학교가 폐쇄되는 일이 벌어졌다. 또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계주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통산 금메달 4개를 수확한 다리아 돔라체바(벨라루스)도 이 질병에 걸려 2015년 대회를 통째로 날렸고,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도 이 질병에서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 선수 생활을 중단한 바 있다. 또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안나 셰르바코바도 감염된 바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