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치매 엄마 모시던 딸은 5명을 살리고 하늘로...

입력 2023.12.18 15:08수정 2023.12.18 15:32
10년간 치매 엄마 모시던 딸은 5명을 살리고 하늘로...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10년간 정성으로 보살피던 딸이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단국대병원에서 박세진씨(59세)가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박씨는 지난 10월 27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유족은 평소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박씨의 뜻을 받아들여 장기기증 결정을 내렸다.

박씨는 천안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늘 쾌활하고 주변 사람에게 베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자신도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며 자랐기에,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늘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10년 전부터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를 모시며 궂은일을 도맡아 했고, 언제나 주변 사람을 돌봤다. 또, 한국전력에서 17년간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등 자기 일에 늘 열정적이었다.

박씨의 남편 김영도씨는 그런 아내와 제대로 놀러 가지 못한 것이 미안할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박씨에게 "나 만나서 고생만 한 거 같아 미안하다. 내가 다음에는 더 좋은 세상에서 호강시켜 줄 테니, 그때까지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길 바란다. 그동안 당신 만나서 고마웠고, 사랑한다"라며 그를 추모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