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尹대통령 비선실세, 취임식 귀빈석에..."

입력 2023.12.18 07:25수정 2023.12.18 16:41

"나는 尹대통령 비선실세, 취임식 귀빈석에..."
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선 실세'를 사칭하며 주요 공공기관의 임원 자리를 미끼로 지원자들로부터 수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사기·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58)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범 B씨(56)에겐 징역 2년을 선고했으며, 사기 범행 일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56)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공기업 임원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속여 총 12명으로부터 2억7500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B씨와 C씨는 피해자들에게 "A는 대통령 비선 실세로 공공기관장이나 공기업 임직원을 비밀리에 검증해 추천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경비를 이메일로 보내면 원하는 자리에 추천해주겠다"라는 말로 피해자들을 현혹해 피해자가 입금하면 A씨가 직접 나서 면접을 보는 것처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고, 일부 피해자가 취임식 귀빈석에 앉을 수 있도록 조치하며 신뢰를 얻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단체에서 활동했을 뿐 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이나 능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경기도시개발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마사회 등 주요 공공기관을 취업처로 언급하며 사장은 1억원, 임원은 5000만원이 든다고 유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말에 속아 실제로 돈까지 입금한 피해자는 12명으로 파악됐으나 이들의 말에 혹해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낸 이들은 80여명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끼쳤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채용 절차에 대한 신뢰도 무너뜨렸다"고 지적하며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의 공정성까지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을 발생시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어 "대통령 비선 실세를 통해 손쉽게 거액의 보수와 사회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채용되고자 한 피해자들의 욕심도 범행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과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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