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황진영 작가 "남궁민·안은진 사랑, 강렬한 격정 살아있게 구성"

입력 2023.12.17 14:18수정 2023.12.17 14:18
'연인' 황진영 작가 "남궁민·안은진 사랑, 강렬한 격정 살아있게 구성" [N인터뷰]
사진=MBC '연인'


'연인' 황진영 작가 "남궁민·안은진 사랑, 강렬한 격정 살아있게 구성" [N인터뷰]
사진=MBC '연인'


'연인' 황진영 작가 "남궁민·안은진 사랑, 강렬한 격정 살아있게 구성" [N인터뷰]
사진='연인' 포스터


(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연인'을 집필한 황진영 작가가 남궁민과 안은진의 사랑을 강렬하게 담아내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MBC 금토드라마 '연인'(극본 황진영/연출 김성용 이한준 천수진)이 지난달 18일 끝으로 종영한 가운데, 뉴스1은 최근 극본을 집필한 황진영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멜로 드라마로, 지난 8월~9월 파트1 10부작, 10월~11월 파트2 11부작 총 21부작으로 마무리했다. 1회는 시청률 5.4%(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가구 기준)으로 시작해 마지막회는 12.9%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연인'은 남궁민(이장현 역)과 안은진(유길채 역)의 닿을 듯 말듯 한 애절한 사랑으로 재미를 안겼다. 병자호란을 겪은 민초들의 삶과, 전쟁으로 어긋나버린 연인의 사랑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의복에 있어서 가장 조선시대에 가까운 색감과 핏을 재현했으며, 지상파 드라마 최초로 만주어를 고증해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했다.

아래는 황진영 작가와 나는 인터뷰 내용

-'연인' 종영 소감은.

▶저와 오래 함께 했던 '연인'을 보내기가 아쉬웠는데, 이렇게 기사로 다시 돌아보게 되어 아쉬움이 달래지는 기분이다.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가끔 이런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버거운 적도 있었지만, 그 순간조차 '연인'을 쓰고 만드는 지금이 제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첫 대본 리딩 때, '연인'을 선택한 모든 분들이 뿌듯한 결실을 거두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넘치는 시청자분들의 사랑으로 그 소망이 이루어진 듯 해서 작가로서 감사한 마음이다.

-대본에 표현한 각 캐릭터가 배우를 통해 얼마만큼 잘 표현됐다고 생각하나.

▶남궁민(이장현 역): 남궁민님이 그려주신 이장현이 수많은 여심을 울렸다. '연인'의 지독한 순정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남궁민 배우님만의 매력에 빚진 바가 크다. 길채에 대한 장현의 사랑이 아름답게 전달되었고, 덕분에 애절하면서도 절대적인 사랑이 돋보일 수 있었다.

안은진(유길채 역): 안은진님의 연기는 조금 과격하게 '괴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1년간 이어진 고된 사극 현장에서 단 한 순간도 집중력을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희노애락이 펄펄 살아있는, 수십 가지 표정으로 울고 웃는 길채를 완성시켜 주셨다. 그렇게 현장 스태프부터, 제작진, 시청자 모두에게 길채는 그냥 길채가 아니라 '우리 길채'가 되었다.

이학주(남연준 역): 입체적인 연기로 병자호란 이후, 혼란했던 조선 지식인의 모습을 표현해주셨다. 드라마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남연준의 위치를 정확히 캐치하고 연기해주셨다. 이학주님의 명철한 캐릭터 해석과 연기 덕분에 심지가 곧으면서도 유약했던, 모순된 그 시대 유자들의 모습이 잘 보인 것 같아 감사드린다.

이다인(경은애 역): 모든 순간 진심을 담아 연기해주셨다. 길채의 친구로서 길채를 사랑하고 의지하고 염려하는 연기는 길채를 안타까워하는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특히 길채가 죽었을 것이라며 망연해하던 장면에선 은애의 고통이 전달되어 덩달아 마음이 아파졌다.

이청아(각화 역):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며 각화 캐릭터를 쌓아주셨다. 캐릭터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각화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때로는 서늘하고 맹렬하게, 때로는 안쓰럽고 애절한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이청아님의 열정 덕분에 우아하고 강렬한 각화가 완성되었다.

김윤우(량음 역): 만주어부터, 액션, 멜로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또렷한 발음이 돋보였고, 신인에겐 버거웠을 격정적인 감성 연기도 정확하고 아름답게 표현해주었다. 타고난 재능인 줄 알았으나 피땀 흘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량음 캐릭터가 생명력을 얻은 것은 김윤우 배우의 신인답지 않은 걸출한 연기력에 힘입은 바 크다.

-연인이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는데,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지.

▶'연인'을 쓰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전쟁과 사랑'이라는 테마를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무엇까지 하는지'를 보여줄 장현과, 그 사랑으로 성숙해지는 길채가 병자호란과 이후 조선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맞물려야 했다.

특히 병자호란은 실패한 전쟁이었기에 장현과 길채의 사랑이 어둠을 밝혀줄 희망의 등댓불이 되어야 했다. 장현과 길채의 사랑의 여정을 따라가며 병자호란을 이해하고, 포로들을 이해하고, 조금은 난해하거나 복잡할 수 있는 역사 이야기에 자연스레 스며들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의 사랑은 강렬한 격정이 살아있도록 구성했다. 그 사랑이 강렬해야 두 사람이 오래 떨어져 있어도, 두 사람이 다른 공간에 있어도 장현과 길채를 응원하며 드라마를 보실 것이라 여겼다.그래서 사랑의 속도와 온도를 신중하게 조절하며 접근했다.

그리고 전쟁 자체보다는 전쟁 이후 조정의 대처와 민초의 삶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었다. '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 '전쟁에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연인'이 다루고 싶은 이야기었다.

-지상파 드라마 최초로 만주어 고증을 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했나.

▶드라마를 시작할 때, 청나라 역할 배우분들은 실제 만주어로 연기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을 비롯한 우리 제작진의 노고와 배우분들의 열정으로 멋지게 완성됐다. 자문을 맡아주신 김경나 자문 박사님은 촬영 현장까지 동행해서 배우들의 만주어 연기를 도와주셨다. 아래, 만주어 자문, 단국대학교 몽골연구소 연구교수 김경나 박사님이 직접 밝혀주신 만주어 자문 과정을 첨부한다.

연인 대본을 만주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17,18세기에 쓰였던 만주어 자료를 바탕으로 단어를 선정했다. 조선시대 실제 청역관들의 교과서였던 '청어노걸대' (淸語老乞大), '삼역총해' (三譯總解), '동문유해' (同文類解)에 수록된 어휘들을 기준으로 추출하고, 이훈 박사님의 '만한사전'을 참고했다. 만주어로 의미가 통하도록 번역해서 그 발음들을 배우들에게 전달하고, 함께 캐릭터마다의 톤을 의논해서 조율했다.

각화, 홍타이지, 용골대가 만주어를 할 때는 시청자에게 만주인으로 느껴져야 했기에 톤과 발음 연습에 다른 배역들 보다 많이 신경썼었고, 장현, 정명수, 들분, 길채의 만주어는 조선 사람이 배워서 하는 만주어여서 각자의 호흡으로 잡았다.

-'연인'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 적은 없었지만, 항상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욕심을 품었다.
'연인'에서도 장현과 길채, 그리고 두 사람과 얽힌 다양한 인물들이 살아낸 이야기를 통해, 병자호란과 포로들이 다시 생생해지기를 기대했다. 장현의 사랑과, 길채로 대표되는 포로들의 생의 의지가 감동도 주고 재미도 주기를 바랐다. 그 재미와 감동으로 마음이 포근해졌다면 '연인'의 목적은 넘치게 달성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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