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전상일 기자] 오타니 쇼헤이의 충격적인 계약이 또 하나 드러났다.
오타니 쇼헤이는 이틀전 LA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9240억원)에 계약하며 충격을 안겼다. 7억달러는 역대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계약 내용이 드러났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래틱의 에인절스 담당 기자 파비안 아르다야에 따르면 “오타니 쇼헤이는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 계약기간 동안 연봉 7000만달러 중 연간 6800만달러를 연기해 팀이 계속 금액을 지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즉 계약을 했지만, 금액의 상당 부분을 지불 유예를 했다는 말이다.
200만달러는 현재 환율로 26억3220만원으로 일본에서 뛰는 용병들보다도 적다. 메이저리거로서도 낮은 축에 속하는 연봉이다. 세금을 떼고 나면 연봉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미미하다.
디에슬레틱은 해당 분할지급이 “2034년부터 2043년까지 이자없이 지급된다”라고 밝혔다. 연봉의 대부분이 은퇴 시기에 나온다. 해당 아이디어는 오타니 쇼헤이의 의사가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타니는 이자가 없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는 손해를 보지만, 여러 가지로 실리를 챙기는 부분도 있다.
일단, 팀 전력이다. 오타니는 미국 무대에 진출 한 후 아직까지 한번도 우승 경력이 없다. 자신의 커리어에서 영광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동료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신의 7억달러(매년 7000만달러)를 지출하면 사치세 때문에 다른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길이 없어진다. 오타니의 연봉이 5억달러를 조금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다저스에는 오타니 외에도 고액 연봉자가 많다. 무키 베츠는 다저스와 2021년부터 12년간 3억 6500만달러에 계약했다. 프리먼은 6년 1억6200만달러에 계약이 돼 있다. 만일 지불 유예를 하지 않았다면 다저스는 이 3명에게만 1억달러가 넘는 돈을 매년 써야하기 때문에 다른 로스터를 꾸릴 여유가 없다.
MLB의 사치세(Luxury Tax) 제도는 팀 연봉 액수가 사치세 제한(luxury tax threshold) 금액을 넘게 되면 그 금액에 상응하는 벌금을 내며, 초과한 금액이 4천만 달러 이상이면 드래프트 픽 순위가 10순위 뒤로 밀리는 불이익을 받는다
하지만 오타니의 지불유예 덕분에 다저스는 사실상 사치세에서 오타니로 인한 부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따라서 또 다른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 올인을 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야마모토까지 영입하게 된다면 LA다저스는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디애슬래틱은 “이번 분할 지급을 통해 오타니의 계약이 다저스의 사치세 계산에 있어서 연간 4600만달러 수준으로 계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추가로 해당 매체는 "오타니는 광고와 각종 사업을 통해 연간 50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고, AP통신은 "최고 세율이 13.3%인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지 않을 때 많은 돈을 받기 때문에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러한 오타니의 계약에 대해서 향후 큰 논란이 될 여지도 있다. 너무 비정상적인 지불 유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슈퍼스타들이 계약을 할 때 선수단의 연봉 총액을 생각해서 지불 유예를 해왔다. 하지만 오타니처럼 역대급 계약을 하면서 연봉 총액의 97%를 지불유예 하는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MLB가 사치세를 도입하는 배경은 지나친 연봉의 인플레이션과 특정팀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의도가 있다.
이로 인해 다저스는 10년간 가히 슈퍼팀을 구성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를 다른 팀들이 어떻게 볼지는 미지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