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3시간만에 아파트 꼭대기서 뛰어내린 16세... 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23.12.10 08:00수정 2023.12.10 09:31
학폭 3시간만에 아파트 꼭대기서 뛰어내린 16세...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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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3시간만에 아파트 꼭대기서 뛰어내린 16세... 무슨 일 있었나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021년 10월14일 목요일 오전 9시55분쯤 제주시 노형동의 한 아파트.

고등학생 A군(16)은 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 올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학교폭력을 당한 지 불과 3시간도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이날 등굣길에 A군을 괴롭힌 건 평소 A군과 알고 지내던 다른 고등학교 학생들인 B군(16)과 C군(16), D군(16)이었다.

발단은 아주 사소했다. 8일 전 A군에게 생일선물로 5000원을 보낸 B군이 A군에게 자신의 생일인 11일 자신에게도 5000원을 보내 달라고 말했다가 거절당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당초 A군과 B군은 인스타그램에서 말다툼만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D군이 B군에게 "싸워서라도 돈을 받아 내라"고 말하고, C군도 B군에게 "영상으로 찍을 거니까 네가 이겨야 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싸움을 부추기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실제 B군은 자신이 시킨 대로 A군이 14일 오전 7시쯤 아파트 놀이터에 모습을 드러내자, A군에게 달려들어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했다. 이때 B군은 전날 C군과 입을 맞춘 대로 A군에게 "선생님한테 말하기 없기"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C군과 D군은 옆에서 이 광경을 모두 지켜봤다. 특히 C군은 B군이 A군을 때리는 장면이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을 했는데, 해당 동영상에는 B군이 A군을 폭행한 뒤 웃으며 두 팔로 승리의 포즈를 취하는 모습까지 담겨 있었다.

B군 일당은 오전 7시30분쯤 학교로 가는 택시 안에서 문제의 동영상을 공유하며 이를 누구에게 전송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A군의 메시지는 무시한 채였다.

D군은 그 와중에 A군에게 집요히 돈을 요구했는데, A군이 거절하자 B군의 휴대전화로 A군에게 '일단 뿌릴게ㅋㅋ'라는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A군이 재차 메시지를 보내자, B군 역시 '이미 뿌렸어'라고 답했다.

실제 문제의 동영상은 오전 8시쯤 D군에 의해 다른 학교 고등학생 2명에게 각각 유포됐다.

결국 B군 일당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과 항소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대법원 제3부는 2명 이상이 피해자를 실제 폭행해야만 공동폭행 혐의가 성립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결국 검찰은 C군에게 폭행 방조, D군에게 폭행 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B군에게 징역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 C군에게 징역 장기 1년2개월·단기 10개월, D군에게 징역 장기 1년8개월·단기 1년2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폭행당했다는 사실보다는 자신이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포된 데 대한 수치심과 모멸감이 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이 사건 범행은 우발적인 다툼이 아닌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한 데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피해자가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고통은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 유족도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 "다만 피고인들이 유족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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