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PD "코미디, 불편할 수 있는 것도 유쾌하게 풀어내야" ②

입력 2023.12.08 07:30수정 2023.12.08 07:30
'개콘' PD "코미디, 불편할 수 있는 것도 유쾌하게 풀어내야" [N인터뷰]②
이재현 PD ⓒ News1 권현진 기자


'개콘' PD "코미디, 불편할 수 있는 것도 유쾌하게 풀어내야" [N인터뷰]②
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 화면 갈무리


'개콘' PD "코미디, 불편할 수 있는 것도 유쾌하게 풀어내야" [N인터뷰]②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 11월12일 KBS 2TV '개그콘서트'가 3년4개월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지난 2020년 6월26일 1050회로 종영 후, 다시 부활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을 웃기는 힘'이 되겠다고 다시 시청자들의 곁으로 돌아온 '개그콘서트'는 방송을 재개한 1051회에서 전국 가구 기준 4.7%(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시청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특히 유튜브 채널 '하이픽션'과 손을 잡고 새롭게 도입한 VCR 코너와 함께 신인 개그맨들이 주축이 되어 신선한 코너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평들이었다. 반면 혹평도 있었다.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의견과 전 세대를 타깃으로 두고 있는 탓에 유치하다는 평가도 얹어졌다.

이에 '개그콘서트'는 1052회에서는 3.2%의 수치로 시청률이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시 꾸준히 시청률이 복구되면서 지난 3일 방송된 1054회는 3.6%의 성적을 거뒀다. 더불어 신윤승, 김지영, 남현승 등의 개그맨들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시작하면서 '개그콘서트'의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개그콘서트'를 연출 중인 이재현 PD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최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뉴스1을 만나 "호평의 비율이 혹평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라고 자평했다. 1054회가 지나고 '개그콘서트'가 제대로 힘이 붙기 시작했다면서 이 PD의 자부심은 새로운 개그를 만들겠다는 자신감까지로 이어졌다. 이에 새롭게 태어난 '개그콘서트'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또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유일하게 남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갈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 PD에게 자세하게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최근 개그 콘텐츠에 대한 제약이 전보다 커졌기 때문에 개그 소재를 짜기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하지만 그런 부분들도 개그맨들이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할 수 있는 것들을 피해서 유쾌한 캐릭터를 만들어도 되고, 불편한 지점을 오히려 또 유쾌하게 풀어나갈 수도 있는 거다. 지금 유튜브 콘텐츠에서 하는 캐릭터들 다수는 KBS라는 틀 안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코미디이든 어울리는 매체가 있다.

어쨌든 KBS라는 틀 안에서 사랑을 받으려면 좀 더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피해야 할 것이 너무 많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정공법으로 사랑을 받으려면 진짜 똑똑해야 한다. 정공법으로 사랑 받는 법을 배우면 좀 더 편한 무대로 갔을 때는 오히려 더 크게 웃길 수 있다. KBS 출신 개그맨들이 무대에서는 욕을 먹었지만, 다른 플랫폼에 나가서 잘 되고 있는 이유가 그거라고 본다. '개그콘서트'가 나아가야 하는 길은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코미디다. 그런 걸 만들 수 있을 때 우리가 정말 뿌듯하게 제대로 된 개그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

-'개그콘서트'가 나아가야 하는 길도 결국 전 세대의 포용이라는 건가.

▶맞다. (코미디의) 제약이라고 하지만 반면 저는 배려라고 생각한다. 아이들한테 콘텐츠를 보여주는 엄마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아무 생각없이 가족들과 TV를 틀어놓은 어느 고등학생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다. 모두의 관심사나 공감대가 하나로 모아지기 어려운 사회이기 때문에 모두를 다 웃기는 콘텐츠가 나오기 힘들지만, 모두를 배려할 수 있는 개그를 만들어야 하는 게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개그콘서트'는 단순히 KBS 2TV에서만 송출되는 게 아니라 KBS월드에서도 송출된다. 그러면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되게 많아진다. 10대부터 다양한 연령층을 커버해야 하고, 해외 시청자들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서 하나의 타깃층을 공략하는 특정 소재가 아닌 추상적인 소재로 코너들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들이 많다. 신경 써야할 부분들이 꽤 많다. 하지만 저는 모든 걸 일일이 신경 쓰면서 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누군가 힘든 사람들이 이걸 보면서 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개그콘서트'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유튜브 채널 '하이픽션'과 함께한 VCR을 활용한 코너도 신선한 도전이다. 이러한 VCR 코너를 좀 더 늘려나갈 계획도 있나.

▶이러한 형식은 꼭 하나나 두개씩 끌고 갈 예정이다. 원래도 두 코너가 목표였고, 두 코너까지 찍었는데 만듦새가 부족해서 하나의 코너만 내게 된 상황이다. 어쨌든 제작비의 한계가 있는 상황이지만 좀 더 스케치 코미디의 분량들을 늘려갈 생각이다. 계속 새로운 것도 기획하고 있다.

-VCR 코너 외에도 최근 코미디 시장이 스탠드업, 만담 등 세분화되고 있는 것에 발맞춰 '개그콘서트'가 새롭게 도전할 부분도 많지 않나.

▶저희가 지금 준비 중인 코너들이 스탠드업 코미디 느낌, 일본식 만담 코너도 다양하게 준비 중이다. 저는 항상 생각하는 게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는 개그 프로그램으로 '개그콘서트'가 진화했으면 한다는 거다. '개그콘서트'가 나올 때는 정말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원래는 무대, 카메라, 관객 순의 자리구성이 '개그콘서트'를 통해 무대, 관객, 카메라의 구성이 됐다. 사소한 변화이지만 획기적이었던 것처럼 '개그콘서트'만이 바꿀 수 있는 어떠한 새로운 개그의 폼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추상적인 얘기지만 그 추상적인 게 바뀌었을 때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개그콘서트'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수치적인 목표 중 제일 큰 건 일단 시청률 상승이다.(웃음) 일단 중요한 건 '개그콘서트'는 대한민국 대중 문화의 저변을 형성하는 한 영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거다. 유일하게 남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기도 하기에 '개그콘서트'를 시작으로 '코미디빅리그'도 다시 하고 '웃찾사'도 다시 시작하고, MBC도 다시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면 하는 게 최종 목표다. 각 방송사의 희극인실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시청자들이 '개그콘서트'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냉정하게 봐주셨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도 계속 발전한다. 냉정하게 욕도 많이 해주시고 칭찬해주실 부분이 있으면 칭찬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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