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소아과 오픈런’현상의 원인에 대해 우봉식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친구들과 브런치 즐기려는 젊은 엄마들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의협 원장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원인 분석하며 주장
우 원장은 지난 4일 발간된 의협의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정원’을 주제로 낸 시론을 통해 “의료공백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에 대해 정부가 잘못된 진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우 원장은 “소아과 오픈런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저출산으로 소아 인구가 줄면서 의원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젊은 엄마들이 조금이라도 진료가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 악의적 소문을 퍼뜨려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아졌고, 직장인 엄마들이 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며 “소아과는 ‘오픈 때만 런’이지 ‘낮에는 스톱’이다”라고 주장했다.
우 원장은 ‘응급실 뺑뺑이’에 대해서도 “응급환자 분류·후송을 담당했던 ‘1339 응급콜’이 법 개정에 따라 119로 통폐합되면서 생긴 일”이라며 “법 개정 이후 전문성이 없는 소방대원이 응급환자를 대형병원으로만 보내니 경증 환자가 응급실 내원 환자의 90% 가까이 차지하게 됐고, 이 때문에 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뺑뺑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수 늘리기’ 정책 반대...우리나라, 전 세계서 진료 보기 가장 쉬운 나라
우 원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의사 수 늘리기’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내놨다.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진료횟수(14.7회), 인구 1000명당 병상 수(12.7병상) 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점을 들며 의료 공급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의사 진료 보기가 가장 쉬운 나라”라며 “외래 진료 한 번 하려면 수 주간 대기하는 선진국과 달리 10분 이내 동네의원에서 전문의 진료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고, 선진국이 다 겪는 수술 대기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우 원장의 발언이 기사화되자 온라인에서는 “의료인이라면서,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맞냐”며 반발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A씨는 우 원장의 발언에 대해 “굉장히 혐오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아이가 밤새 아팠기 때문에 밤새 돌보다가 아침에 문 열자마자 병원을 가야 되는 거고 2시간, 3시간씩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아픈 아이를 두고 브런치를 간다는 것이 말이 돼냐” 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되자 우 원장은 자신의 SNS에 “나라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아니고 원문을 보고 판단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