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빅슬립'의 주연 배우 김영성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고 김고은 등 동료들의 칭찬을 받은 것에 대해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영성은 최근 소속사 UL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빅슬립'과 관련한 일문일답을 공개했다. '빅슬립'은 우연한 계기로 함께 머물게 된 기영과 길호가 서로를 구원하고 치유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 지난 22일 개봉과 동시에 한국 독립·예술영화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 화제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빅슬립'을 통해 생애 첫 장편 영화 주인공으로 활약한 배우 김영성에게도 이목이 집중된다.
김영성은 영화 '범죄도시2', 넷플릭스 '킹덤', 디즈니+ '카지노'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와 OTT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인상 깊은 열연을 펼쳐왔다. 이러한 그가 자신의 첫 주연작 '빅슬립'에서도 막강한 저력을 발휘, 겉과 속이 다른 기영 역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빅슬립' 속 섬세한 열연은 영화제와 평단을 사로잡았다. 113분의 러닝 타임을 유려하게 이끈 결과, 김영성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올해의 배우상 수상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만큼 놀라웠다, 장편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것도,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한 것도 처음이라 마냥 들뜨고 설렜다"며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을 때 감독님의 집념에 대해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2년이라는 긴 시간을 걸쳐 완성하신 작품을 보고 '이걸 어떻게 끝까지 해내셨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 감독님께서 '진짜 열심히 하긴 했는데 네가 만족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네가 이 영화로 배우상을 꼭 받았음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 수상 여부는 전혀 몰랐지만, 소감을 말할 때 감독님께 제일 먼저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았다, 감독님 덕분에 저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좋은 인연들도 만났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가족들도 너무나 즐거워해서 '상이라는 게 좋은 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상을 떠나 '나도 괜찮은 배우구나'라는 점이 증명되는 느낌이라 배우로서 더욱 힘을 내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동력도 얻었다, 계속 생각해도 너무 벅찼던 순간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덧붙였다.
'빅슬립'과 김영성에 대한 호평 릴레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그는 소속사 UL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했다.
이하 김영성과의 일문일답.
-'빅슬립' 영화의 매력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빅슬립'은 연출을 맡으신 김태훈 감독님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그간의 경험, 개인의 집념 등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라 생각해요. 이러한 감독님의 생각이 한 편의 영화로 완성돼 관객분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점, 그것이 저희 작품만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신 모든 스태프분들이 정말 열심히 작업해 주셨어요. 많은 분들의 정성과 진심이 담겨있기에 저에게도, 보시는 분들에게도 선물 같은 영화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빅슬립'에서 기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기영은 어떤 인물인가.
▶제가 연기한 기영은 공장에서 일하는 30대 후반의 남자입니다. 시나리오를 통해 기영을 처음 접했을 때,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따뜻한 사랑이 가득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온 인물로 그려지더라고요. 그리고 기영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살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결국 아버지와 닮은 채로 살아가는 인물로 이해하면서 연기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기영 역시 자신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게 서툴고 어색한 것 같았거든요. 누군가의 아빠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기영은 매 순간 꿋꿋하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려는 인물로도 접근했습니다.
-기영은 10대 가출 청소년 길호를 만나고 선뜻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고, 회사 동료인 초은에게 역시 투박하지만 친절한 행동들을 보여준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위에서 답변한 것처럼 기영은 아버지처럼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에요. 누군가는 기영이 처한 상황을 보고 짠해할 만큼, 그 역시 힘든 상황에 처해있지만 길호와 초은에게 친절을 베푼 건 자신과의 약속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는 그 마음이요. 그리고 맡은 바는 열심히, 꿋꿋하게 해내는 성격도 한몫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영은 츤츤한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인데 실제 김영성 배우의 성격과 차이가 있나?
▶차이점을 꼽아보면 저는 기영이보단 마음이 조금 더 여린 것 같아요.(웃음) 닮은 점은 자라온 배경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굉장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사랑으로 돌봐주신 어머니 밑에서 자랐거든요. 지금은 아버지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어렸을 땐 아버지가 굉장히 무서웠고 '왜 나랑 안 놀아주시지?'라는 서운함이 들었어요. 시간이 흐르고 저도 아빠가 되어보니 아버지께선 정신없이 가장의 삶을 살아내느라 그러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거죠.
그래서 기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실제 제 모습이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나의 아버지보단 조금 더 다정하고 좋은 사람으로, 더 센스 있고 쿨한 아빠가 되길 바라는 그런 마음들을 더 담았지 않았나 싶어요. 지나고 보니 제가 아버지, 삼촌과 닮은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기영을 볼 때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증폭시켜 연구했던 것 같습니다.
-기영과 아버지의 관계는 사실 보편적인 대한민국 부자의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자녀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아버님의 반응도 궁금하다.
▶요새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많이 나요. 예전에는 아버지가 굉장히 듬직하고 호랑이처럼 무섭다고만 느껴졌는데, 연세가 드시고 나니 어느 순간 조금은 작아지신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온 가족이 '빅슬립'을 관람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아버지께서 "담배 좀 그만 펴"라고 하시면서 영화보다는 건강을 챙기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를 걱정하시는 마음에 영화 속 캐릭터로 보시는 게 아니라 '영성이가 왜 저렇게 했을까'?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때 '아버지는 평생 자식 걱정을 하시는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그리고 '빅슬립'을 통해 아버지와 추억을 더 쌓게 되었어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를 수상하고 난 뒤, 아버지와 영상 통화를 했거든요. 눈물이 나셔서 그런지 자리를 피하시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갔어요. 펜션 앞 들판에 핀 들꽃 몇 송이를 주시면서 "수고했다 영성아. 자라"라고 무심하게 한 마디 건네셨던 게 떠오르네요. 이러한 아버지의 말씀, 행동 하나하나가 저를 응원하고 계시다는 걸 몸소 느끼게 해줬어요. 이게 '빅슬립'이 준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기영의 수더분한 모습이 인상적인데. 헤어부터 코디까지 기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비주얼 콘셉트에 대한 노력에 대해 설명해 달라.
▶어린 시절 기억을 되새겨 보면, 당시 싱글이셨던 삼촌께서 기타를 치시며 노래하시던 모습들이 생각납니다. 누워서 제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셨던 모습들이나 툭툭 내뱉는 듯한 특유의 말투 등 삼촌만의 특징을 캐릭터에 녹이고자 했어요. 그리고 헤어와 의상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과거 저희 삼촌께서 입으셨을 법한 옷들을 구하기 위해 구제 가게에도 갔고요. 구매한 옷을 찍은 사진들을 감독님께 보내면서 여러 의견을 나누었어요.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많이 수용해 주셨습니다. (웃음)
헤어 스타일 같은 경우, 짧고 투박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용실에 찾아사 삐뚤삐뚤하게 잘라달라고 말씀드렸더니 미용사분께서 당황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그 후에 조각하듯 머리키락을 군데군데 조금 더 자르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기영의 외면을 발전시켜 나갔던 것 같습니다.
-연출을 맡은 김태훈 감독과 길호를 연기한 최준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오디션 당일 만나 뵌 감독님의 태도 때문에 '빅슬립'에 대한 마음이 뜨거워졌던 것 같습니다. 프리덕션 과정에서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바쁘게 진행되는 현장에서도 그저 감독님의 눈을 보며 고민하신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호흡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꾸준히 응원해 주셔서 더욱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현장이었고요.
길호 역을 연기한 준우 씨와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어떻게 생각해"?"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연습했다면, 현장에서는 고민 끝에 각자 맡은 역할을 해내야 했기 때문에 말을 최대한 줄이고 연기에 집중한 시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연극과 장·단편 영화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특히나 '빅슬립'은 배우들 간의 호흡이 너무나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빅슬립'으로 부국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당시의 소감이 어땠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만큼 놀라웠어요. 장편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것도,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한 것도 처음이라 마냥 들뜨고 설렜거든요.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을 때 감독님의 집념에 대해 감탄했어요. 2년이라는 긴 시간을 걸쳐 완성하신 작품을 보고 '이걸 어떻게 끝까지 해내셨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전에 감독님께서 "진짜 열심히 하긴 했는데 네가 만족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네가 이 영화로 배우상을 꼭 받았음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거든요.
수상 여부는 전혀 몰랐지만, 소감을 말할 때 감독님께 제일 먼저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았어요. 감독님 덕분에 저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좋은 인연들도 만났거든요. 그리고 가족들도 너무나 즐거워해서 '상이라는 게 좋은 거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웃음) 상을 떠나 '나도 괜찮은 배우구나'라는 점이 증명되는 느낌이라 배우로서 더욱 힘을 내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동력도 얻었고요. 계속 생각해도 너무 벅찼던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범죄도시2', '카지노'의 흥행과 '빅슬립' 개봉까지 좋은 일이 이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배우로서의 욕심이나 포부 같은 것이 있다면?
▶'범죄도시2', '카지노' 모두 코로나 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촬영한 작품들이에요. 주변 친구들은 어제 촬영한 것처럼 많이 바빴냐고 물어보는데, 촬영 종료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개봉·공개된 거라 그러지는 않았어요. 최근에는 육아에 집중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촬영한 작품들이 최근에 연달아 공개되면서 친구들도 더 응원해 주고 기쁘다고 얘기해 주는데, 저는 오히려 천천히 더디게 가는 중이거든요. 그런 와중에 '빅슬립'을 통해 상상치도 못한 인터뷰도 해보고, 여러 사진도 촬영하면서 붕 떠있는 듯한 시간을 계속 보내는 것 같습니다.
김태훈 감독님을 만나면서 배우로서의 태도를 배우게 됐어요. 앞으로 저는 어떤 작업을 하던 굉장히 치열하게, 무언가를 뜨겁게 갈구하는 배우가 되길 꿈꿉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연기를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뜨거운 책임감을 갖고 연기에 임해 작품에 도움이 되는, 이런 것들을 모아 대중분들에게 선물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바라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영탁을 비롯해서 배우 김고은, 김성균, 엄태구, 이동휘 등의 극찬이 있었다. 주변 반응이 좋은데 인상적이었던 평 같은 것이 있었나.
▶인터뷰 영상을 촬영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가 작품을 위해 노력했던 결과가 이렇게 이뤄지는 것 같아 아내에게도 너무나 고맙습니다. 몇 번이나 영상을 돌려 보았는데 너무나 감사하더라고요. 만약 현장에서 만났을 때, 제가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해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드는 동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이 뜨겁게 응원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을 담아 인사를 다시금 전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모두.
-'빅슬립'을 꼭 보여주고 싶은 지인이 있나? 혹은 영화의 메시지처럼 단잠을 선물하고 싶은 그런 지인이 있나?
▶사람들은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 괴로움도, 슬픔도 있을 것이라고 감히 짐작해 봅니다. '빅슬립'을 보신 후, 하루를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드셨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고된 하루를 보냈던 직장인 분들이 보심 정말 좋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모든 아버지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라 아버지들이 꼭 보셨음 좋겠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화장실을 가려다가 울고 계신 아버지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아버지가 왜 저러게 우시지?' 했는데 아빠가 된 지금 가장으로서 걱정도 고민도 많으셨을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더라고요.
말로는 표현을 못했을 뿐, 언제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셨을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영화에 잘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빅슬립'을 관람하신 후 아버지들께선 따뜻한 단잠을 주무셨음 좋겠고, 모든 관객분들이 보신 후 아버지께 안부 연락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비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혹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해달라.
▶'빅슬립'을 보러 오신 분들로 인해 극장이 꽉 찼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극장이 주는 힘을 믿는데, 어떤 영화든 극장에서 보면 메시지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출연해서가 아니라, '빅슬림'이 주는 작고 큰 울림이 있기에 모든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영화를 소개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김태훈 감독님의 집요한 태도와 해석, 끝까지 해내려고 하는 집념들이 이 영화를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전 세대를 바라보는 감독님만의 시각이 '빅슬립' 안에 담겨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니 극장에서 관람하셨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