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 대한 살인미수"... 마스크 써달라는 버스기사 협박한 턱스크 최후

입력 2023.11.30 10:52수정 2023.11.30 16:20
"대중에 대한 살인미수"... 마스크 써달라는 버스기사 협박한 턱스크 최후
사진=연합뉴스TV

[파이낸셜뉴스] 마스크를 착용과 통화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에 버스 운전기사를 협박한 50대 승객이 수백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1단독(부장판사 전기흥)은 운행 중인 20대 버스기사 A씨를 협박한 B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 565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B씨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21년 9월 자정 무렵 경기 부천에서 고양 방면으로 향하는 광역버스에 탑승했다.

당시 해당 버스를 운전하던 A씨는 B씨와 실랑이를 벌였다. B씨가 '턱스크'(코와 입을 가리지 않고 턱에 걸쳐 착용하는 것) 상태로 버스에 탑승한 뒤 10분 가량 큰소리로 휴대폰 통화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에 따르면 턱스크를 한 B씨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고 통화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자 B씨는 욕설과 함께 손에 쥐고 있던 종이뭉치로 A씨를 때릴 듯이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에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B씨는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사건 이후 승객들과 눈을 마주치기 어려워지는 등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병가 휴직을 냈다. 그는 복직한 뒤에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일자리를 잃었다.

A씨는 B씨의 형사처벌과 별개로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받아내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당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다"면서 "버스 안에서 통화를 했지만 운행에 방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치료비 100만원 전액, 병가 사용으로 인한 상실수익 165만원 전액을 인용하고, 위자료는 청구금액 800만원 가운데 300만원을 인용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수많은 승객을 나르는 버스기사를 위협하는 것은 대중에 대한 살인미수와 같다"면서 "거액의 손해배상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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