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시오' 문 밀었다가 밖에 있던 행인 사망… '무죄→유죄' 된 이유

입력 2023.11.27 07:15수정 2023.11.27 10:52
'당기시오' 문 밀었다가 밖에 있던 행인 사망… '무죄→유죄' 된 이유
업소 출입문에 붙은 '당기시오' 안내 문구. 출처=온라인커뮤니티

[파이낸셜뉴스] ‘당기시오’라는 문구가 붙은 출입문을 밀어 밖에 서 있던 70대 행인을 넘어뜨려 숨지게 한 50대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최형철)는 지난 25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0월31일 오전 8시쯤 충남 아산시 한 건물 지하 업소에서 1층 출입문을 밀고 나가려다 문 앞에 서 있던 B(76·여)씨를 충격해 넘어지게 했다.

이 사고로 B씨는 외상성 뇌출혈 등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고, A씨는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출입문 안쪽에는 ‘당기시오’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검찰은 A씨가 출입문을 안쪽으로 당겨 문을 열어야 함에도 주변을 잘 살피지 않고 세게 밀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가 출입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출입문과 부딪힌 뒤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보도블록에 부딪혀 사망하는 것까지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출입문은 반투명 재질 유리로 만들어진 여닫이 방식으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출입문 앞에 사람이나 물체가 있음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원심이 부당하다고 항소하면서 A씨에 대한 혐의를 과실치상으로 변경했다.


2심 재판부는 과실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A씨는 “출입문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기도 어려웠고, 세게 민 적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부주의하게 출입문을 열다 피해자를 충격해 뇌출혈 등의 상해를 입게 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었다.

A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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