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23일 종영한 U+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극본 강한/연출 송민엽)는 한 입만 먹어도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의문의 수제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를 집어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로, 쿠키가 만든 늪 안에서 각자의 욕망에 휩싸여 발버둥 치는 인간 군상을 보여줬다.
극 중 남지현은 동생을 구하기 위해 쿠키의 늪 속으로 뛰어든 소녀 가장 최수영과 그가 하이쿠키의 영업을 위해 위장한 고등학생 이은서를 연기했다. 그는 휘몰아치는 사건 속에서도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표현하며 흔들림 없이 극을 이끌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딘지 돌아버린 것 같은 눈을 한 채 불법적인 일을 서슴지 않으면서도 이따금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연민에 빠지기도 하는 최수영은 남지현이라는 배우를 만나 극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전에 보지 못한 낯선 캐릭터를 선보인 남지현은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남지현은 본인에게도 '하이쿠키'가 '도전하는 작품'이라며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24일 남지현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주연으로 극 전체를 이끌어야 했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분량이 많은 건 그만큼 내 캐릭터 서사가 자세히 쓰인 거라 생각해 감사했다. 결국은 체력 싸움이었는데, 그거에 대한 노하우는 많다 보니 잘 조절하면서 했다. 할수록 수영이를 따라갔는데, 감정 변화가 드라마틱한 친구라 시청자들이 이를 최대한 매끄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이후는 감독님에게 믿고 맡겼다. 또 내가 학생으로 나오는 배우들 중에는 첫째라 '친구들에게 의지가 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동생들이 잘 따라와 줘서 많이 친해졌다. 지금도 종종 만나서 밥도 먹는다. 친구들을 많이 얻은 작품이다.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는지.
▶'하이쿠키' 배우들은 전부 처음 만났다. 다빈이는 보자마자 바로 '동생이네' 했다. 처음엔 낯을 가리지만 친해지면 누구보다 귀여워 이입해 연기했다. 최현욱은 '스물다섯 스물하나', '모범택시' 등을 보며 한 방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같이 작품을 하며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싶더라. 김무열 선배님은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어른으로 나오셔서 극 중 관계 설정에 대해 고민했는데, 대본 리딩을 하자마자 '지는 싸움을 열심히 해야 하겠군' 했다. 삶의 지혜, 풍파 다 수영이와 호수에게 이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오히려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본인에게 쿠키가 주어진다면 먹을까.
▶그렇지 않아도 촬영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밤을 새웠는데 다음날 촬영 대사량이 많아, 그러면 안 먹을 거야?'라는 질문에 '한 입만 먹으면…'이라고 하다가도 다들 '먹으면 안 되지' 했다. 개인적으로는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고, 쉴 때도 집안일하고 요리하는 등 평범하게 지내는 걸 좋아해서 쿠키가 탐나진 않을 것 같다. 배우로서도 좋은 순간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찾아왔으면 한다. 바라는 게 많을수록 실망이 크더라. 차근차근 하나씩 밟아가는 게 좋다.
-작품 선택을 잘하는 걸로 유명한데. '하이쿠키'는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나 혼자 결정하기보다, 회사부터 지인들까지 주변의 의견을 참고하는 편이다. 사실 '하이쿠키'를 하기 전에는 장르물보다 편안한 작품을 하려고 했다. '작은 아씨들'까지 한 뒤 그동안 장르물만 너무 많이 한 거 같아 삶에 밀착된 이야기를 하는 편안한 분위기의 작품을 찾고 있었는데, 더 어려운 '하이쿠키'가 들어왔다.(웃음) 전작과 정반대의 캐릭터라 욕심이 나서 '어떡하지' 했는데, 회사에서도 '이 정도면 재밌어서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해 하게 됐다. 다음에는 진짜 좀 편안한 걸 해야 할 것 같다.
-심리학을 전공한 게 연기에도 도움이 되나.
▶사실 캐릭터에 대한 이해는 삶의 경험에서 나온다. 그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심리학을 공부할 때는 '네가 왜 그렇게 성장했는지 이야기해 봐'라고 한다. 일을 할 때는 캐릭터를 분석해야 하니까 항상 남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학교에 돌아오면 끊임없이 나 자신을 파고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게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고, 반대로 연기를 할 때도 영향을 미쳤다.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다. 10대는 아역배우로 성실히 연기했고, 20대는 본인만의 커리어를 쌓아왔는데 돌아보면 어떤가.
▶숫자에 둔감한 편이라 그 시간들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안 난다. 엄청 감회가 새롭진 않다. 20대 초반에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생각이었고, 대중의 머릿속에서 내가 나이가 들면 다양한 장르를 천천히 해보자 싶었다. 그렇게 인내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