려운, 청춘연기 반짝반짝 "항상 극본 젖어있어"

입력 2023.11.15 07:56수정 2023.11.15 07:55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내 청춘" 청각장애 부모서 태어난 청인 연기 수어·기타·노래 등도 소화 기타리스트 출신 아버지 조언 "父 밴드 활동 시절로 돌아가고파"
[인터뷰]려운, 청춘연기 반짝반짝 "항상 극본 젖어있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배우 려운이 서울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려운(25·고윤환은)은 tvN 종방극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그간 연기력보다 외모로 주목 받았는데, 이번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은결'은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서 태어난 유일한 청인 '코다'이자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인물인 만큼 수어, 노래, 기타 등까지 배워야 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제 옷을 입은 듯 훨훨 날아다녔고 매회 시청자를 울렸다. 특히 1995년으로 타임슬립, 어린시절 아빠 '하이찬'(최현욱)과 함께 밴드를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은 청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항상 극본이 젖어 있었다. 스스로 '연기력이 늘었다'고 느끼기 보다, 진수완 작가님이 글을 잘 써준 덕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 제의가 왔을 때 차로 이동하면서 극본을 봤는데, 한번에 몰입했다. 글을 보면서 운 게 처음이다. 은결이가 많이 공감됐고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눈물 연기는 하나도 안 힘들었다. 오히려 촬영 전날 연습할 때 계속 눈물이 나서 '현장 가서 울어야지'라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극본이 나오면 다같이 리딩을 했는데, 15~16회는 모든 배우가 울음이 터졌다."

이 드라마를 통해 코다라는 단어 자체도 처음 접했다. 촬영 들어가기 2~3개월 전부터 수어를 배웠고, 영화 '코다'(감독 션 헤이더·2021)와 유튜브 영상 등도 찾아봤다. "기타 신은 2개월 정도 시간이 있어서 '직접 치겠다'고 했다"면서도 "은결이가 천재 기타리스트 아니냐. '반짝반짝 작은별' 수준으로 치는 게 아니라 '다다다다~' 쳐야 해 불가능했다. 코드를 숙지해 녹음된 기타 소리를 들으면서 핸드싱크를 맞췄다. 잘 치는 것처럼 보여야 해 기타 고수 폼을 많이 연구했다"고 털어놨다.

"스무 살 때 (가요 기획사에서) 몇 번 명함을 받았다. 가수를 꿈꾸기 보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다. 대학교도 뮤지컬과를 많이 지원했는데, 다 떨어졌다"면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만 업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극중 노래 부르는 신을 보고 창피했다. 쑥스러움이 많아서 친구랑 같이 볼 때 '귀를 막아라'고 했다"며 웃었다.

[인터뷰]려운, 청춘연기 반짝반짝 "항상 극본 젖어있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배우 려운이 서울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15. kkssmm99@newsis.com

밴드 활동을 한 아버지 도움도 많이 받았다. "아버지가 진짜 하이찬이었다. 20대 초반 밴드 프론트맨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옛날 생각난다'고 하더라. 기타로는 돈벌이가 안 돼 재즈카페에서도 연주했다고 하더라. 어머니가 기타 레슨 수강생이었다. 아버지 인기가 진짜 많아서 엄마가 따라다녔다. 기타 치는 장면을 보고 '몸이 너무 굳어있다' '이제 좀 잘하네' 등의 피드백도 줬다. 연주하는 신 만큼은 모두 촬영하는 걸 잊고 즐기면서 찍었다."

1980~1990년대 노래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극중 부른 곡을 '음원으로 내달라'는 시청자 반응도 많았다.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이문세의 '붉은노을'을 꼽았다. "도입부부터 '딴딴딴딴~' 하면 도파민이 터진다. 노래방에선 유승범 선생님의 '질투'를 자주 부른다.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며 "나중에 전문적인 레슨을 받으면 OST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네 살 어린 최현욱(21)과 부자 연기는 어색하지 않았을까. "리딩 때 현욱이한테 '아빠'라고 부르면 다들 웃었다. '어떻게 네가 아빠냐'고 하더라"면서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몰입이 잘 됐다. (타임슬립 전 아버지 역) 최원영 선배와 촬영을 마치고, 과거 신을 찍어서 현욱이와 호흡도 자연스러웠다. 동생들과 작품한 게 처음이라서 괜히 나를 '꼰대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할까?' 고민했다. 다행히 현욱이가 '형~' 하면서 먼저 다가와 줘서 단시간에 친해졌고, 현장에서 좋은 케미스트리가 나왔다"며 고마워했다.

마지막회에서 은결과 '온은유'(설인아)는 현재로 돌아와 해피엔딩을 맞았다. 작품 자체는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 1회 3.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 4.5%로 막을 내렸다. 최현욱이 '2023년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려운 역시 아쉽지 않았을까. "나에게 청춘으로 남을 것 같다. 사랑, 가족, 우정, 음악, 밴드 등이 내포 돼 있었는데, 촬영이라고 느끼지 않을 만큼 즐거웠다. 나한테 '청춘이 뭐야?'라고 물으면 워터멜론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시청률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올해 최고의 드라마가 된 것 같다. 종방연 때도 축제 분위기였다"고 했다.

[인터뷰]려운, 청춘연기 반짝반짝 "항상 극본 젖어있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배우 려운이 서울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15. kkssmm99@newsis.com

어느덧 데뷔한 지 6년이 됐다. 드라마 '사랑의 온도'(2017)를 시작으로 '닥터 프리즈너'(2019) '18 어게인'(2020) '악의 마음을 잊는 자들'(2022) '꽃선비 열애사'(2023) 등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미 '빌린 몸'과 '찌질의 역사' 촬영을 마쳤으며, 웨이브 '약한영웅 클래스2'에 캐스팅 된 상태다. 최근 일본에서 첫 단독 팬미팅도 열었다. 요즘 인기를 실감한다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50만명 정도 늘었다. 영어, 아랍어, 힌디어 등으로 댓글이 달린다.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사랑을 느끼고 있다. 팬미팅 매진이 됐을 때 실감을 못했는데, 현장에서 다들 좋아해줘서 내가 더 감동 받았다. 더 열심히 하고 실망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은결처럼 타임슬립 하고 싶지 않냐고? 예전엔 성장기로 돌아가서 밥 많이 먹고 줄넘기도 해서 '키가 많이 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아빠가 밴드 했을 때로 가고 싶었다. 아버지 사진을 보면, 긴 곱슬머리에 청재킷, 부츠를 신고 헤비메탈 스타일을 하고 있더라. 그때로 돌아가서 아버지와 함께 밴드 연주를 하면 어떨까 싶다. 돌이켜보면 입시 준비할 때가 가장 즐거웠다.
연기를 업이 아니라, 꿈을 꾸면서 하고 싶은 걸 하는 시절이었다. 학원에서 뮤지컬 노래 듣고 듀엣 하고, 연극 보러 가고 독백 연습하고, 돈 모아서 소극장 무대도 올렸다. 지금도 동기를 만나면 '그때가 제일 즐거웠다'고 할 정도로 빛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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