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재규 감독이 자신도 공황장애를 겪었다며, 더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극본 이남규 등/이하 '정신병동')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최근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분)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입체적인 캐릭터와 정신질환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 속에서, 웃음과 위로를 통해 정신병동에 대한 편견을 따스한 온기로 녹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MBC에서 드라마 PD로 연출을 시작해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투하츠'에 이어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역린' '완벽한 타인' 등 장르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연출가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재규 감독이 4년 전 만난 작품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다.
과거 공황장애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재규 감독은 쉽지 않은 소재임에도 꼭 연출하고 싶었다고 했다. 편견과 오해를 받으며 음지에 있는 정신질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보이지 않는 아픔도 나눌 수 있는 따스한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어떻게 '정신질환'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구상했나.
▶한 5년 전께 제작사를 차리고 여러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알게 된 작품이었다. 쉽게 손이 가기는 어려운 소재다. 예전에 '베토벤 바이러스'를 한다고 했을 때 '중년(주인공)의 클래식 이야기를 누가 보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도 '정신병을 다루는 이야기를 어떻게 드라마로 옮기냐'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럼에도 하고 싶었던 이유는.
▶한국사회가 여러 가지로 정신건강 상태가 안 좋지 않나. 대개 경제지표가 높아지면 행복지수도 올라간다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역행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며 자살률도 높은 나라다.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하면 성인 4명 중의 1명이 정신장애를 경험하는데, 그중 10%만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재미있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힙한 이야기, 좋은 자극이 되는 이야기, 힐링이 되는 이야기 세 가지를 생각했다. 원작의 내용으로 보아 힐링도 가능하고 좋은 자극도 있고 연출로 '힙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각화할까 고민했다. 마음의 병을 가진 이야기를 누가 보고 싶어 하겠나, 보고 나서 더 힘들어졌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나. 그래도 이런 작품을 보고 모르던 것을 알게 되고 나와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고 돌보는 시선을 갖게 되면 사회적인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연출할 때 더 신경을 쓴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
▶이 이야기를 얼마나 따뜻하게, 미술적으로 잘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왜곡시키면 안 된다. 의학적 자문도 받고 실제 간호사들이 상주하면서 의학적으로도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드럽되 의미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들실, 날실처럼 엮여야 되는데 이게 또 잘못 되면 산만해질 수 있으니까 잘 꿰어보려고 했다.
-연출자마다 연출 스타일이나 선호하는 소재, 장르가 뚜렷한 경우도 있는데 지난번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 이후 힐링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의외로 공포도 선호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휴먼 드라마, 액션을 좋아한다. 앞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아주 강렬하게 촬영했다. 그때 심신의 피로감이 누적됐다. 그리고 나도 과거에 우울증 2년, 공황장애 1년 정도 겪으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주변 동료나 가족 중에도 그런 고생을 한 사람도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 이야기를 다뤄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친 상황이었지만 이 이야기는 휴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우학' 후에 '정신병동' 대본 작업을 하는데 너무 행복하더라. 이런 의료진이 실제로 있었으면 했다. 내가 환자라면 정다은 같은 간호사를 만나면 너무 좋을 것 같더라. 작가님들과 회의하는 과정, 촬영하는 과정도 즐거웠다.
-본인은 어떻게 극복했나.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나.
▶나는 바보 같이 버텼다. 병원도 두세 번 정도 간 게 다다. 그래서 극중에 좋아하는 대사 중 하나가 다은이 이승재(유인수 분) 에게 '승재씨 약 먹어요, 버틴다고 버티는 것도 아니고 이길 수 있는 병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악인이 없고 판타지라는 반응에 대해서는.
▶현실에는 성식(조달환 분)의 상사 같은 사람도 있고, 동고윤(연우진 분) 같은 의사도 있다. 완전한 선인은 아닐 거다. 양면성이 있지 않을까. (선한 캐릭터여도) 어두운 이면이 있을 것이다. 드라마를 보는 시선이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따스함이 있다. 실제로 이렇게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다 화를 내고 싸우고 그러지 않나. 그럼에도 어딘가에 이런 의사, 간호사가 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여러 정신질환에서 어떤 에피소드를 선택한 것인가.
▶실제 조사해서 어떤 사례가 좋을지 고민했고 어느 순서로 등장해야 하는지도 고민했다. 성식 에피소드가 1회에 등장하면 너무 힘들 것 같더라. 그래서 초반에는 삼각 로맨스도 살짝 나오게끔 배치를 한 거다. 병희 케이스는 경계성 지능장애인데 일상 생활이 가능한데 뭔가 조금 부족한 것이다. 그런 아이를 둔 가족 입장에서도 많이 힘들 것이다. 우리가 그런 경우를 삐딱하게 보지만, 우리도 완전한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우리도 그런 경계에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병희 에피소드를 후반에 넣었다.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정신질환을 다양한 연출 방식으로 그렸다. 체험형 연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님에게 (정신질환을) 시각화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유찬이가 화장실에 갔을 때 물에 차오른다'라는 지문을 넣어주시더라. 서완의 경우는 처음에는 샤방샤방한 귀여운 게임이었다. 물론 그런 게임도 있기는 하지만 공감하긴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아서 지금의 게임으로 바꿨다. 성식의 유리 감옥도 제작해보고 사람들의 시선에 압박감을 느낄 때는 주변 사람들의 신체를 더 강조해서 연출도 해봤다. 너무 과한 것들은 배제했고 찍고 나서 편집된 부분도 있다. 다은의 경우, 그를 스쳐지나가는 상념들이 조각조각나서 덮쳐오는 신이 있었는데 시청자들을 너무 깊이 끌어 들이는 게 아닐까 싶어서 후반단계에서 스톱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의 결과물이 됐다.
- 그런 연출을 통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길 바랐나.
▶공황장애라고 해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 나같은 경우는 심장이 100미터 달리기를 한 것처럼 미친듯이 뛴다. 내 심장이 멈출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지고 그렇게 공황이 온다. 피가 쫙 빠져 나가는 느낌이랄까. 식은 땀이 계속 나다가 숨을 점점 못 쉬게 되는 사람도 있다. '숨을 못 쉰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상태가 어떤지 보여주려고 했다. 왜냐면 몸에 난 상처는 보이는 통증인데 정신질환은 보는 걸로는 알기 어렵다.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