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으면 나가" 월급 밀린 회사 소송했더니...

입력 2023.11.12 09:00수정 2023.11.12 14:02
법원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 위반"…회사 측 청구 기각
"일하기 싫으면 나가" 월급 밀린 회사 소송했더니...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구두로 해고를 통보한 회사가 부당 해고가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2021년 4월 A회사 사내변호사로 입사한 B씨는 같은 해 6월 해고됐다. 당시 B씨가 밀린 급여를 지급할 것을 촉구하자 A회사 회장은 '일하기 싫은 모양이니 회사를 나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서면에 의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취지로 구제 신청을 인용했다.

A회사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노위도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회사 회장이 B씨에게 구두로 해고 통지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A회사는 B씨에게 해고 통지를 한 사실이 없으며 B씨가 일방적으로 출근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회사에 지속적으로 연체된 급여 지급과 4대 보험 가입 등을 요구한 것에 비춰보면, 약 2개월간 급여가 연체됐음에도 어떠한 보수나 약정 없이 스스로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A회사 측은 B씨와 자문계약 체결을 위해 교섭하던 중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계약체결이 결렬된 것이며, 회사와 B씨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회사의 모기업은 이전까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사내변호사를 채용했지만, 2019년 2월부터는 변호사와 '자문 및 송무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원고와 대등한 관계에서 자문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회사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B씨가 A회사 조직도에 '법무팀장'으로 기재된 점, 회사가 제작한 B씨 명함에 소속과 직책이 법무실·실장으로 기재된 점, B씨의 근태관리가 이뤄지고 출근내역·출근시간·연차사용 등이 기재된 출근기록부가 작성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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