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 이신기 "실제 성격 어떠냐고…'무섭다' 댓글도 기뻐" ①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잔뜩 어깨에 힘을 주고 선 강남연합 조직원들 사이 이상하게 눈길을 끄는 사람, 서부장이다. 중심에서 살짝 빗나간 곳에 선글라스로 시선을 가린 채 서있는 그는 왠지 보는 이들마저 긴장하게 만든다.

지난 달 디즈니+(플러스)에서 전편 공개된 지창욱(박준모 역), 위하준(정기철 역), 임세미(유의정 역) 주연의 드라마 '최악의 악'(연출 한동욱)은 199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크리스탈이라 불리는 신종 마약 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거대 조직인 강남연합을 다룬 드라마. 저마다의 욕망을 밀어 붙이는 인물들 사이, 서부장은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조직의 중심에 선다.

배우 이신기가 '서부장' 서종렬 역을 연기했다. '보좌관' '메모리스트' '런 온' '통증의 풍경'을 거쳐 만난 서부장. 이신기는 서부장이라는 숙제를 받고 즐겁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선글라스를 쓴 냉혈한 칼잡이라는 강렬한 외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또 그 이미지 너머의 인물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동료들과 함께 하루 종일 대본을 붙들고 살던 그날들은 지금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요즘 '무섭다'라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듣고 있지만 그조차도 너무 기분 좋은 일이라는 이신기. 언뜻 차가워 보이는 서부장의 얼굴 너머 더 다양한 매력의 배우 이신기가 보였다. '최악의 악'에 이어 드라마 '경성크리처' '피타는 연애'까지, 그의 앞으로의 활약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최악의 악'에 대한 호평과 함께 서부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요즘 기분이 어떤가.

▶기분이 너무 좋다. 뭐든지 기세가 우상향이면 좋은 것 아닌가 싶다.(웃음) 주변에서도 재미있게 봤다고 하는데 날 아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무섭지 않냐'라고 많이 물어본다고 하더라.

-기억에 남는 반응은 무엇이 있나.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서부장 머리숱 뭐야' 였다.(웃음) 액션신에서 유독 머리숱이 풍성하게 나왔던 것 같다. 그걸 보셨다고 하니 재미있게 느껴진 포인트였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도 '형 개무서워'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무섭다'라는 DM(다이렉트 메시지)도 오는데 그런 것도 다 재미있게 봐주셨다는 것이니까 기분이 좋다.

-'최악의 악'은 어떻게 만난 작품인가.

▶1차 오디션을 봤는데 조감독님이 박수를 치시더라. 그런 일이 흔치 않기도 하고 들어본 적도 없으니까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다. 지금까지 오디션 본 사람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다고 해주셨다. 제가 오히려 감사하더라. 2차에서는 서종렬의 대본을 받았는데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과 잘 맞았던 것 같다.

-한동욱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오히려 뭘 안 하려고 해서 더 눈길이 갔다고.

▶뭘 안 하려고 한 건 아니다.(웃음) 아마 그게 곧은 느낌을 말씀하신 게 아닐까 싶다. 오디션을 본 사람들 중에서는 정장을 입거나 선글라스를 쓰거나 그런 (서종렬처럼 하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서부장이 기철과 쿠데타를 일으키던 신에서 모습처럼 장비가 든 보스턴백 가방을 들고 갔다.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앉았던 기억이 난다. 그 가방으로 긴장도 풀고 아이스 브레이킹도 하고 그랬다. 보통 나는 오디션에서 여백을 더 고민하는 편이다. 캐릭터를 꽉 채워서 오면 연출자 입장에서는 다른 이미지를 고민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내가 준비한 것도 있지만 연출하는 사람이 뭔가를 더 같이 채워서 완성하고 싶도록 여백도 생각해서 가고는 한다.

-지난 작품을 돌아보면 서부장은 특히 큰 비중의 역할이었을텐데.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큰 역할인 줄은 몰랐다. 부담도 있었다. 대본의 서종렬은 뚜렷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더 어렵기도 했다. 이게 대본에서 딱 보이는 캐릭터이다 보니까 오히려 특성만 강조되고 연기는 안 보일 것도 같더라. 이미지만 너무 세면 내가 앞으로 연기활동을 할 때도 어려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웃음) 냉소적인 캐릭터로 갈 것이냐, 아니면 이미 대본상에서 비주얼적인 요소가 갖춰져 있으니까 이신기로서 더 보여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컸다.

-서종렬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대뜸 나온 칼잡이 서부장인데 '왜'는 안 나와있다. 인물의 '왜'가 빠지면 입체적으로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 부분을 정말 많이 고민했다. 서부장이 왜 칼을 들었을까. 10대 때 사람을 죽였다면 왜 그랬을까, 그냥 사이코패스인가 아니면 사건이 있었나 그런 고민을 거듭했다. 촬영 전에 감독님과 이야기한 부분은, 서종렬이 어머니에게 가정폭력을 가하는 아버지를 죽인 인물로 설정을 했다. 그렇게 서종렬이라는 인물에 가까이 다가갔다.

-선글라스나 가죽 재킷 등 뚜렷하게 보이는 비주얼 설정이 있었는데. 선글라스를 쓰면 눈빛연기에 제약이 있지 않나.

▶이미 정해져있었고 그 중에서는 나에게 잘 어울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가만히 있어도 무슨 생각하지?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믿고 연기했다. 나는 잘 보이지 않지만(웃음) 보는 분들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더라.

-선글라스를 벗고 싶었던 신은 없었나.

▶목욕탕에서 벗었다. 거기서도 그걸 쓰고 있으면 웃길 것 같더라.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좀 아쉬웠다. 오히려 거기서 쓰고 있으면 더 미친 사람 같지 않나. '답이 없는 놈' '징한 놈' 같은 느낌이 들 것 같고.

-서종렬은 강남연합 3인방에 위협이 되는 존재이지만, 결과적으로 기철을 배신하지 않은 인물이다.

▶기철이 서부장에게 선글라스를 주는 장면이 있다. 현장에서 추가된 신이다. 감독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소한 것에 흔들리고 사소한 것에 충성을 다하는 그런 감정이었다. (강남연합의) 겉모습은 때려 부수고 마약을 유통하는 그런 조직이지만 그 안에서 사소한 감정선이 생긴다. 주변에서 선글라스를 주는 신이 좋다고 많이 이야기해주더라. (기철과의 사소한 일로 인한) 미묘한 변화가 좋았다고 말해준 것이 기억에 남았다.

-종렬이 준모와 함께 목표로 한 것은 뭐였을까.

▶서종렬의 목표라면 조직 내 기득권으로 올라가는 거다. 그러기 위한 수단이 준모였다. 정배와 희성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이 있어도 기득권에 올라갈 수 있다면 두었을 것 같다. 종렬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기철인 것이다. 서종렬은 조직 안에서 '독고다이' 같은 사람이잖나. 그런데 기철로 인해 소속감을 느꼈을 것이고 마음이 움직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섭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실제 성격은 어떤가.

▶서종렬과 완전 다른 사람이다.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캐릭터가 좀 남기도 하는데, 오히려 나는 (종렬과는) 분리가 잘 됐던 것 같다. '최악의 악'을 본 친구들은 '서부장 무서우니까 패스 잘 주겠다'고 농담도 한다.(웃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편이고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내는 성격이다.

<【N인터뷰】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