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수, 63시간 행적 치밀했다 "옷 갈아 입고 나서..."

입력 2023.11.08 06:54수정 2023.11.08 14:31
김길수, 63시간 행적 치밀했다 "옷 갈아 입고 나서..."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도주한 김길수가 6일 오후 경기 안양시 안양동안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달아난 김길수씨(36)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벌인 사흘간의 도주 행적이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유치장에 있을 때부터 준비한 계획적 탈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주 동생한테 80만원과 갈아입을 옷 받고 서울로

지난 7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9시24분 의정부시 가능동의 한 노상에서 검거한 김씨를 도주 혐의로 추가 입건하고, 사흘간 행적 등을 조사한 뒤 이날 오전 4시쯤 서울구치소로 인계했다.

경찰에 따르면 4일 오전 6시20분쯤 안양시 평촌동한림대학교병원에서 탈주한 김씨는 택시를 타고 의정부시에 있는 지인 A씨를 찾아가 택시비 등으로 10만원을 받았다.

이후 다시 택시를 타고 친동생이 사는 양주시로 이동해 현금 80만원과 갈아입을 옷을 건네받았고, 미용실에서 이발을 한 뒤 서울로 향했다.

김씨는 서울에 도착해 상계동 당고개역·노원역, 창동 창동역, 자양동 뚝섬유원지역 등을 다니다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고, 오후 9시40분쯤엔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역에 들린 이후 행적이 묘연했다.

노량진서 노숙하다 다시 양주 동생네 집으로 향해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역 상가에서 옷을 사 갈아입고 택시로 동작구 노량진 일대로 이동한 뒤 노숙하며 몸을 숨겼다.

다음날인 5일 오전 2시경에는 택시를 타고 도주 당일에 이어 두 번째로 양주 친동생 집을 찾았다. 하지만 형사들이 잠복하고 있을 것을 우려해 인근 상가 주차장에서 밤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주차장에서 계속 머물다 6일 오후 8시경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이동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6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에 도착한 직후 한 PC방에 머물면서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를 검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자친구에게 공중전화로 전화걸다 체포

이후 오후 9시15분경 공중전화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했는데 전화가 역추적되면서 출동한 경찰들에게 10분 만에 붙잡혔다.

김씨가 약 40m를 전속력으로 도주하다가 경찰에 붙잡히는 장면이 인근 가게 폐쇄회로(CC)TV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하철을 자주 갈아탔고, 옷도 여러 번 갈아입었다”라고 자백했다. 그러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역 등 여러 곳을 방문한 건) 연고가 있거나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간 건 아니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내린 곳들”이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우발적으로 도망친 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검거 직후 경찰 조사에서 “병원 화장실을 다녀오다 우발적으로 도망쳤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유치장에서 플라스틱 숟가락을 삼키고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진 것에 대해서도 “유치장에서 밥을 먹는데 숟가락이 부러졌다. 교도소에 가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다 싶어서 (플라스틱 조각을) 삼켰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을 번갈아 타면서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닌 것을 볼 때 치밀하게 도주 행각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숟가락을 삼켜 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개복 수술을 거부한 것도 도주를 염두에 둔 행동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인천과 서울에 각각 주택을 한 채씩 보유하고 있고, 서울에 있는 주택은 최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자신이 보유한 주택 임차인으로부터 1억5000만원가량의 잔금을 받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이를 받아 도주자금을 충당하려 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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