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자리 있어도 앉기 무섭다"... 전국 공포에 떠는 이유

입력 2023.11.03 09:10수정 2023.11.03 13:08
"지하철 자리 있어도 앉기 무섭다"... 전국 공포에 떠는 이유
질병관리청이 최근 전국에서 빈대 물림 사고가 피해 예방활동에 나섰다. 사진은 빈대 물림으로 인해 발생한 피부 발진 사례. 사진=질병관리청 제공,뉴스1

[파이낸셜뉴스] ‘베드버그(bedbug)’로도 알려진 빈대가 지난 9월 대구 계명대 기숙사, 지난달 13일 인천 서구 사우나에 이어 최근 서울 곳곳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시민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도 온라인커뮤니티와 SNS에 “이제 지하철 안 타겠다”, “천 좌석에 앉기 싫어서 영화 예매 취소했다”, “대학교 기숙사도 못 살겠다. 비대면 수업으로 바꾸자” 등 반응을 보이며 빈대 출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서울은 물론 경기, 인천 등 전국 각지서 신고 폭주

지난달 31일 정부는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공동 숙박시설 등에 대한 빈대 관리 및 방제 방안을 공유했다.

방역업계에 따르면 이달에만 서울 25개 자치구 중 18개 구에서 빈대 출현이 확인됐다. 한 방역 업체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특히 용산구는 거의 초토화 수준”이라며 “기숙사, 찜질방, PC방은 물론 한 좌식식당에서도 빈대가 발견돼 지금 아예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빈대가 주로 나타나는 장소는 기숙사, 고시원, 모텔, 사우나 등이다. 이에 수도권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설에도 빈대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으나, 아직 국내 지하철 내 관련 신고는 접수되진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빈대 출몰 방지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일부터 “현재 직물 소재의 의자는 고온 스팀청소를 하는 등 주기적으로 방역하고 있다”라며 “2일부터 외부 방역업체를 통해 빈대 서식 유무를 진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 들어오는 전동차에는 기존의 직물 소재 의자대신 오염에 강한 복합 PC 소재로 바꿀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하철 자리 있어도 앉기 무섭다"... 전국 공포에 떠는 이유
지난 9월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기숙사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빈대(베드버그) 박멸을 위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자리 있어도 앉기 무섭다"... 전국 공포에 떠는 이유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익명 게시판에 한 학생이 피해를 호소하며 올린 사진. 지난달 중순께 계명대 신축 기숙사인 명교생활관에서 빈대로 추정되는 벌레가 발견됐다.


흡혈 빈대, 수면장애 등 정신 피해 유발..먹이 없이 약 120일 생존
한편,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지는 않지만, 사람 피를 빨아먹으며 수면을 방해하고 가려움증, 2차 피부 감염증 등을 유발하는 해충이다.

빈대는 한 번 흡혈하면 일주일 동안 혈액을 소화하며 10~15개의 알을 산란하고, 일생 동안 200~250개의 알을 산란한다. 게다가 실내 섭씨 20도 이상의 온도 조건이면 먹이 없이도 약 120일 정도를 생존할 수 있는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한 방역 업체는 “개인이 일반 약제를 사서 침구류에 뿌린다고 없어지는 빈대가 아니다”라며 “업체가 1차로 방역을 해도 9~10일이 지나면 알이 부화하기 때문에 2차는 기본, 심한 경우 3차 작업을 통해 박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빈대는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아니라서 역학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1일부터 공항 출국장, 해외감염병 신고센터에서 프랑스·영국 등 빈대 발생 국가 출입국자와 화물 수입 기업을 대상으로 해충 예방수칙을 안내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빈대 예방·대응 정보집’에 따르면 빈대를 예방하기 위해선 숙박업소 방문 즉시 빈대가 숨어 있을 만한 침대 매트리스, 머리판, 카펫, 침구류, 가구 등 틈새를 확인하고 방바닥 또는 침대에는 되도록 짐을 보관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빈대를 발견했다면 스팀 고열, 진공청소기, 오염된 직물의 건조기 소독 등 물리적 방제와 살충제(피레스로이드계) 처리 등 화학적 방제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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