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울린 다섯 아이 구해 나온 '가자지구 아버지', 알고 보니... 소름

입력 2023.11.03 06:45수정 2023.11.03 09:54
전세계 울린 다섯 아이 구해 나온 '가자지구 아버지', 알고 보니... 소름
지난달 28일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관이 공유한 사진. 인공지능(AI)을 동원한 가짜 사진으로 판명났지만, 2일 현재 내리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10월말부터 ‘공격 받는 가자(Gaza_under_attack)’라는 해시태그로 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 퍼져 큰 반향을 일으킨 사진이 ‘가짜’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사진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아버지로 보이는 한 성인 남성이 얼굴이 재범벅이 된 채 겁에 질린 5명의 아이들을 어깨와 팔에 업거나 안고, 걸어 나오는 이미지다.

같은 달 7일 많은 반(反) 이스라엘 진영에서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 사진이 증거다”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심지어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관도 지난달 28일 이 사진을 X에 공유, 10만 명 이상이 조회하고 1200명이 슬픔과 분노를 표했다.

하지만 2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 사진은 인공지능(AI)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

전세계 울린 다섯 아이 구해 나온 '가자지구 아버지', 알고 보니... 소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캡처


사진 전문가들은 “아마도 인공지능(AI) 기술이 동원됐을 디지털 조작”이라며 “그러나 굳이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도, 자세히 보면 상당히 조잡하게 합성된 이미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남성의 몸에 올라탄 아이들의 다리는 뭉개져 있고, 각도 역시 부자연스럽다. 또 남성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의 두 발을 보면 왼발이 어색하게 안쪽으로 꺾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비현실적’인 것은 남성에게 매달린 세 아이의 ‘괴력’이다. 남성의 어깨에 올라탄 두 아이는 자신의 팔 힘으로 버텨야 한다. 심지어 사진 왼쪽의 아이는 보이지 않는 한 손만으로 남성의 목을 잡고 매달려야 한다.

남성의 머리를 움켜쥔 여자아이도 마찬가지다. 그의 하체는 어떠한 지지도 받지 못한 채, 두 손으로만 남성의 머리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조작 사실이 밝혀지자 국제사회에선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국제사회의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AI로 생성한 허위 콘텐츠까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반격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중에 특히 어린이 사망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1일 가자 지구를 지배하는 무장 테러집단 하마스의 보건부가 밝힌 민간인 사망자는 8796명인데, 이 중 41%에 달하는 3648명이 어린이였다.
아랍권 매체에선 1000여 명의 실종 어린이가 아직도 파괴된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는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병원, 학교, 이슬람 사원 밑에 땅굴을 파고, 이들을 ‘인간 방패’로 삼는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지하 사령부와 땅굴 군사시설을 파괴하려면, 어린이 등 민간인의 무고한 희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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