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전치 12주 골절상 입힌 음주운전 여성의 정체

입력 2023.10.29 09:00수정 2023.10.29 09:27
행인 전치 12주 골절상 입힌 음주운전 여성의 정체
지난 5월17일 새벽 A씨의 벤츠 차량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부산경찰청 제공)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제가 술 먹고 운전하다 사람을 쳤어요."

지난 5월17일 낮 12시50분께 부산 남부경찰서에 한 20대 여성이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왔다.

이 여성은 경찰에 쇼핑몰 대표 A씨(36·여)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도로에 서 있던 사람을 치는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이 사고를 냈다던 B씨와 A씨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인한 결과, 진짜 범인은 B씨가 아닌 A씨였다. 알고 보니 A씨가 자신의 쇼핑몰 직원 B씨에게 "뭐든 다 해줄 테니 대신 운전한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사고는 지난 5월17일 오전 1시36분께 부산 남구 용호동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길에서 택시를 잡고 있던 50대 여성 C씨가 A씨가 몰던 벤츠 승용차 앞범퍼에 부딪혀 쓰러졌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43%(면허 정지 수준)로 술에 취한 데다 캄캄한 새벽이어서 전방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A씨는 곧바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 사고로 C씨는 전치 12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A씨는 2018년 6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은 데다 지난 2월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불과 3개월만에 또다시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뺑소니를 저지른 것이다.

이미 음주운전을 하다 상해를 입힌 혐의로 조사를 받던 A씨가 이번에도 무면허 상태로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실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범인 바꿔치기'를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5단독(문경훈 판사)은 지난 2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범인도피 혐의로 함께 법정에 선 B씨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중한 상해를 입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도 그대로 도주했고, 자신의 지휘를 받는 직원에게 허위 진술하도록 했다"며 "비록 사고 피해자가 피고인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엄히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자신의 벤츠 차량도 압수당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김병문 부장검사)는 A씨의 벤츠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차량을 압수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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