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진짜 섬뜩한 협박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총알 한 발 있으면 처단하겠다.' 아직 총을 맞지 않았으니까 살아있음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되겠죠."(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27일 YTN 라디오 인터뷰)
지난 24일 이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 동탄에는 이 의원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재명 당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내건 이 현수막에는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사진과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왜놈보다 나라와 민주주의를 배신한 매국노를 백 번 천 번 먼저 처단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날 이 의원의 지역사무실에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들어와 "왜 이재명 대표 사진을 안 붙였느냐"며 항의도 했다. 이들은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도 '이 대표 등에 칼을 꽂았다'는 현수막을 내걸어 윤 의원이 당 윤리심판원에 징계를 청원하는 일도 있었다. 지역을 막론하고 비명계에 대한 지상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강성 지지자들을 말리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가진 전·현직 원내대표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분열은 필패고 단합은 필승이란 각오로 저부터 솔선수범하고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한 비명계에 대해서도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며 통합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이 대표의 메시지에도 비명계의 징계를 요구하는 강성 지지층의 주장은 지속되고 당내 갈등도 해소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난 23일 이 대표의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 24일 친명(친이재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해당 행위를 해놓고도 '징계하면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며 반대 해석을 내놨다. 화합하자는 이 대표의 메시지가 수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친명계는 체포동의안 가결로 당대표를 구속 직전 상황까지 내몰아 당에 큰 위기를 가져온 비명계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반대 뜻을 보이며 무산되긴 했지만, '해당 행위'를 한 비명계 인사들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통합 메시지는 동의하지만 어느 조직이든 신상필벌은 꼭 필요하다"며 "트로이 목마처럼 당을 내부에서 뒤흔든 이들에 대해 아무 조치도 없다면 앞으로 이들을 믿고 과연 단합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7일 이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명계인 박정현 전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임명하면서 비명계의 입지가 더 좁아졌다. 이 자리는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비명계인 송갑석 의원이 물러나면서 공석이 됐다. 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최고위원 자리가 비명계에서 친명계로 넘어간 것이다. 이미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의원이 사임한 원내대표 자리에도 범친명계인 홍익표 원내대표가 들어섰다. 정치권에선 이번 최고위원 인선으로 이 대표가 친명계 중심의 친정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신임 최고위원인 박 전 구청장은 현재 비명계인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구)의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은 '비명 공천 견제'로 읽힐 수도 있다. 이원욱 의원은 최고위원 인선 발표 직후인 지난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박정현 최고위원의 지명은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진심으로 당을 통합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말로만 화합을 외칠 뿐, 도를 넘는 강성 지지자들의 행동을 방관하고 지도부를 친명으로 채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최고위원 인선에 대한 이 대표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는 인선 발표 직후 '박 전 구청장은 친명계'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분이 친명인가. 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모두가 친명으로 알고 있는데 이 대표 본인은 모른다고 한다. 그냥 모르는 척할 뿐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정말로 당을 통합하기 위해선 도를 넘는 강성 지지자와 친명 인사들을 엄단하고, 총선 공천도 계파를 떠나 공정하게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조정식 사무총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27일 SNS에 "사무총장은 조직과 예산을 주무르는 자리"라며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와 송갑석 최고위원이 쫒기듯 내려온 가운데 (조 사무총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