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한 아내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와 세계일보 등에 따르면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손철우 고법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A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형 집행유예인 원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사업 실패후 술 마시고 폭력 일삼던 남편 살해
A씨는 지난해 7월 경남 양산의 자택에서 남편인 30대 B씨를 흉기로 상처를 입히고, 침구류로 얼굴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B씨는 지난 2017년 건축 관련 사업을 하다 실패한 뒤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술을 마시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지자 A씨는 아들 2명과 딸 1명을 데리고 시어머니 집에 들어가 살게 됐다.
수년간 B씨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면서 공포와 불안을 느낀 A씨는 지난해 5월 경남의 한 병원에서 수면제 7알을 처방받았다. B씨가 술에 취해 폭력적으로 변하면 커피 등 음료에 섞어 마시게 할 목적이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7월 수면제 14알을 추가로 처방받아 가루로 만들어 방 안에 있는 서랍에 보관했다.
범행 당일에도 A씨는 술을 마신 B씨에게 학대를 당했다. A씨는 B씨가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해 준비해 둔 수면제를 B씨가 마시던 음료에 넣었다. B씨는 수면제가 든 음료를 마셨고, 폭력적인 행동을 이어가다 결국 잠이 들었다.
이후 A씨는 "남편이 없으면 모든 사람이 편하겠다"라는 생각에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흉기로 잠이 든 B씨의 손목을 여러 차례 그었으며, 베개로 얼굴 부위를 눌러 사망케 했다.
A씨는 범행 후 자수했다.
국민참여재판 만장일치로 집유 4년.. 검찰 항소했지만 기각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의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배심원 의견 그대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사는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포심에 압도돼 남편이 없어져야만 자신과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됐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며 "피고인이 구금되면 돌봄이 필요한 자녀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