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올해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신인 중 한 명으로 단연 영화 '화란'의 주연 홍사빈이 꼽힌다. 홍사빈은 '화란'에서 송중기와 호흡을 맞추는 주인공으로 등장해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배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화란'(감독 김창훈)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누아르 영화다.
홍사빈은 극 중 의붓아버지로부터 가정 폭력을 당하는 18세 소년 연규 역을 맡았다. 그는 어른으로부터 무차별 폭력을 당하는 겁에 질린 소년의 모습부터 치건을 만난 이후 살기 위해 남을 짓밟게 되는 독기 어린 모습까지 날것 같으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다.
홍사빈은 오디션 기회가 주어졌을 당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런 작품이 있다는 얘길 듣고 먼저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했다"며 "연규라는 캐릭터는 제 또래 남자배우들이 너무 하고 싶어할 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매력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영화라는 작업이 제 얼굴을 남길 수 있는 성장 과정을 담는다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에 '화란'이라는 영화가 있으면 배우로서 너무 좋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오디션에 합격했던 기억도 짙게 남아있다. 홍사빈은 "합격했을 때 눈물을 흘렸다"며 "기쁨과 슬픔, 왠지 모를 막막함,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여러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고 돌이켰다. 그도 그럴 것이 홍사빈은 많은 오디션을 거친 경험이 있었다. 그는 "100편 넘게 영화를 찍었고 오디션은 2000개 정도 응시했었다"고도 털어놨다.
홍사빈은 연규를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중심을 잡는다는 게 너무 어려워서 중심을 잘 잡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헤맸다"며 "중심을 잡는다는 게 영화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리딩과 리허설을 하며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가지 꼭 해야겠다 생각한 것은 절대로 소리를 크게 지르지 말자는 것"이라며 "매섭게 표현하거나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연기는 배제하고 꾹꾹 눌러담아서 주어진 때를 기다리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홍사빈에게 선배 송중기는 큰 의지가 됐다. 그는 오디션을 봤을 당시에는 송중기의 캐스팅을 몰랐다며 이를 알게 된 후에는 "사실 제가 팬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 들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죄송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홍사빈은 언론시사회에서도 송중기를 향한 동경의 눈빛을 보내는 모습으로도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여전히 팬"이라며 "간단한 연락을 드리는 것조차 실례가 되지 않을까 했다, 영화가 개봉을 하게 되면 여러 행사가 생기는데 (홍보 기간이) 더 길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홍사빈은 송중기와 작업한 당시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그는 "만나 뵙기 전까지는 부담감이 컸는데 이후에는 짐을 덜었다"며 "어디서 이런 기회를 또 얻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편하게 하라고 해주시더라, 살면서 이런 호의를 받아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잘해주셨다"고 고백했다.
또 홍사빈은 "영화 밖에서는 원래 알던 사이인 것처럼 편하게 대해주셔서 친밀감을 쌓아올리기가 너무 쉬웠다"면서도 "영화 안에서 캐릭터로 만났을 때는 굉장히 놀랐다, 생각했던 범주와 다른 치건의 모습을 서늘하게 표현해주셔서 상상대로 안 되는 경험이 배우로서 현장에서 귀중한 경험이라 생각했다, 그런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토바이를 되돌려놓고 서서 대화하는 장면에서도 (송중기의) 연기가 크게 다가왔다"며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 장면이었는데 매 테이크마다 다른 자극을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이복남매 호흡을 맞췄던 김형서(비비)와의 연기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홍사빈은 "사람들을 대하는 에너지와 태도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며 "절로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싶다 생각이 들어서 대화도 많이 했고 응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화란'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바, 신인배우로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도 전했다. 그는 "이런 자리가 갑자기 생긴 것 같아서 벼락 맞은 느낌이었다"며 "다양한 행사가 많았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배우로서 너무 중요한 경험인데 후회가 될 정도로 즐기지 못했다, 너무 떨려서 세 마디에 한마디를 절어버릴 정도였다"고 아쉬워했다.
칸 국제영화제라는 경험을 통해 쌓은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시선의 차이를 많이 느꼈다"며 "나라마다 이슈와 관심이 다르고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유심히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며 "이런 다양한 시선이 배우로서 연기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경험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홍사빈에게 '화란'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그는 "그래도 배우로서 힘을 더 내볼 수 있겠다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배우로서 미래가 흐리고 불투명했는데 안개들을 걷어준 영화"라고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