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켜진 청소년 건강...비만의 주범은 '이것'?

입력 2023.10.05 06:02수정 2023.10.05 10:04
'적신호' 켜진 청소년 건강...비만의 주범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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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호' 켜진 청소년 건강...비만의 주범은 '이것'?
질병관리청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10대 청소년의 건강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비만 환자는 5년 새 2.5배 늘고, 스마트폰에 과하게 의존해 전문 상담을 받은 건수도 지난해 전체 연령의 6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과 스마트폰 중독은 모두 우울증 등 심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자들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인 10세부터 고등학생인 18세까지 비만 및 만성질환 진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비만으로 진료를 받은 10대 환자 수는 지난해 3207명으로 2018년(1268명) 대비 2.5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비만뿐만이 아니다. 비만에서 비롯해 생기는 만성질환 수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대 당뇨 환자는 지난해 5805명, 고혈압 환자는 3088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에 비해 당뇨 환자는 1.45배(3989명), 고혈압 환자는 1.18배(3088명) 늘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도 2018년 1만383명에서 1만7796명으로 약 1.7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바깥 활동이 적어지면서 신체활동 저하, 나쁜 생활습관 등으로 비만 및 만성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 환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코로나 감염이 누그러지기 시작한 지난해에도 여전히 해당 지표들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최근엔 탕후루 등 비만을 유발하는 당 수치가 높은 간식거리들이 유행하고 있어 전문가들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민아 국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설탕 코팅이 된 탕후루를 먹어 단순당 섭취가 증가하면 체내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고 이는 비만을 불러일으킨다"면서 "특히 성장기에는 단순당보다는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우려 속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프랜차이즈 '왕가탕후루'를 운영하는 김소향 달콤나라앨리스 대표를 오는 12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최근엔 '제로 탕후루'도 속속 판매되고 있다. 제로 탕후루는 설탕 코팅 대신에 자일로스, 말티톨, 이소말트 등 대체 설탕으로 코팅을 입힌 탕후루를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대체 감미료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체감미료라고 해도 단맛이 나다 보니 그 맛에 둔감해져 오히려 비만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제로 탕후루를 대안으로 찾기보단 덜 단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단맛 열풍에 청소년 건강에 비상등이 켜지자 질병관리청도 이달 건강정보 주제를 '소아청소년의 비만 관리'로 선정하고, 소아청소년기 비만이 성인기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신체적 질병뿐만 아니라 심리적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며 체중 관리를 당부하고 나섰다.

질병청은 "비만 소아청소년은 지방간, 혈압, 공복혈당, 이상지질혈증 등의 위험이 더 높다"며 "비만은 신체적 질병뿐 아니라 우울증, 낮은 자존감, 식이장애 등의 심리적 문제까지 야기해 가족 구성원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소아청소년의 비만 치료를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신체활동, 그리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하루 1시간씩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이나 신체활동 하기 △극단적인 식사 제한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 구성과 식사일기를 통한 식습관 점검 △충분한 수면 △TV 시청, 스마트폰 사용 등을 2시간 미만으로 제한 △아이의 노력에 칭찬과 적절한 보상 제공 등을 독려했다.

비만에서 비롯된 청소년들의 몸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높아지는 스마트폰 의존도로 야기되는 정신적인 문제도 요주의 대상이다.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해소 전문기관인 스마트쉼센터에 따르면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전문 상담을 받은 10대 청소년은 2018년 2만7811명에서 2019년 2만8176명, 2020년 2만7158명, 2021년 3만2499명, 2022년 3만585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0대 청소년들의 상담 인원은 전체 인원(5만6562명)의 63.3%를 차지한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수면 시간과 우울 수준, 공격성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보건협회가 공개한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우울 간의 관계' 논문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생 2536명을 대상으로 평일과 주말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시간'과 우울척도 10개 문항으로 측정한 우울 점수를 비교한 결과,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면시간이 줄고 공격성은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우울 수준을 높이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박상신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중학교 1학년은 독립심이 강해지고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가 강해지는 시기이므로 부모의 관심과 지지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우울 수준 간의 관계에서 수면시간과 공격성의 매개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성인에게서도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과 우울 증상에 연관성을 찾을 수 있어 청소년기부터 습관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성인들이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심각한 우울 증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되레 이러한 우울 증상을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SNS나 게임 등을 대처방안으로 사용했다"며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과 우울 증상 간의 관계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수 있어 청소년이 스마트 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에게서 증가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인한 청소년의 우울 증가를 경계하고 위험성을 알려 청소년의 정신 건강 개선을 위한 해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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